국제 정치·사회

터키 쿠데타 진압됐지만..꼬여버린 중동정세...미, 대 중동 전략요충지 상실 가능성도

反에르도안 세력 숙청 과정서 군부 약화 불가피

IS와의 전쟁 후순위로 밀릴 듯

'귈렌' 송환 두고 美와 갈등시 친러로 급선회 가능성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테러와 내전, 대규모 난민 사태 등 꼬일대로 꼬인 중동 정세가 터키 군부의 쿠데타까지 터지면서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을 뒤집으려는 터키 군부 쿠데타는 6시간 여만에 진압됐지만, 그 여파는 유럽과 중동정세에 상당기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유럽과 중동을 잇는 교두보라는 소위 ‘위치권력’을 지닌 터키의 국내 정치 변화는 터키를 기반으로 한 국제사회의 중동정책과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에르도안 권력기반 강화 과정서 테러와의 전쟁 약화 우려= 쿠데타 실패로 이슬람주의자인 에르도안 대통령의 권력기반은 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외신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세력 숙청’을 빌미로 반대세력을 일거에 제거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전했다. ‘터키의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실패한 쿠데타를 발판삼아 대통령 중심제로 개헌한 뒤, 장기집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총리를 3연임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014년 터키 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직선제 대선에서 5년 임기의 대통령에 당선됐으며, 취임 직후 내각제를 유명무실화하고 사법부와 언론까지 장악해 제왕적 대통령으로 군림해왔다.

문제는 내부숙청 과정에서 IS를 타깃으로 한 테러와의 전쟁이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웃국가와의 분쟁 제로’를 공약으로 내건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심 수습을 위해 인접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 고립주의 정책을 한층 강화할 가능성이 크고 이는 테러와의 전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측은 쿠데타 수습과 테러와의 전쟁은 서로 별개라며 터키 정부를 설득하고 있지만, 터키 정계에서 테러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터키에는 테러와의 전쟁에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인시를릭 공군기지가 있다.


조시 부시 행정부 시절 주터키 미국대사를 지낸 에릭 에델만은 “쿠데타 주동자를 색출해내는 작업이 1순위가 되면 숙청 대상인 군대는 힘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IS에 대한 대응력도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쿠데타 세력 숙청 과정에서 군부 내 정치적 반대파를 퇴직 등의 형태로 내보내거나 이에 저항하면 쿠데타 세력으로 몰아 체포하는 등 군 지휘부를 대거 교체할 경우, 터키군의 군사작전은 일시적으로 중단이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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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동 전략 요충지 상실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 송환문제를 두고 터키와 미국간 갈등이 고조될 경우 IS격퇴전이 잠정 중단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 정부에 귈렌의 신변을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터키 관리들은 미 행정부가 귈렌을 넘기지 않을 경우 미국을 적국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에르도안과 권력을 다투던 귈렌은 지난 1999년 치료차 미국으로 이주한 이후 현재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자진 망명 생활을 하고 있다.

미국이 ‘적법절차’를 강조하며 귈렌의 인도를 거부하면, IS 격퇴전이 사실상 중단되는 것은 물론 자칫 터키가 친 러시아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미국이 공들여 구축해 놓은 대 중동 전략의 전진기지가 사라질 수도 있는 셈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측으로 쏠려있던 중동정세의 균형추가 러시아 쪽으로 한발 이동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터키의 고립주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등 유럽을 혼돈으로 몰고 있는 난민문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난민 차단을 무기로 서방으로부터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받아온 에르도안 대통령이 장기집권을 위해 잠재적 지지세력인 난민을 적극 받아들이는 정책으로 선회하면 유럽으로의 난민유입도 급증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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