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대통령의 이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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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절대 왕정의 기틀을 공고히 했던 루이 11세에게는 특별히 아끼는 올리비에 르댕(Olivie le Daim)이라는 이발사가 있었다. 그의 솜씨가 얼마나 뛰어났던지 국왕은 머리를 다듬은 후 항상 만족해 했다고 한다. 이발사에게 자신과 관련한 모든 시중을 맡기고 귀족의 칭호까지 부여할 정도였다. 왕의 총애를 듬뿍 받은 르댕은 거칠 게 없었다.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며 재물에 대한 탐욕을 키워갔다. 하지만 천년만년 갈 것 같던 그의 위세는 루이 11세의 급작스러운 죽음 뒤 겨우 1년 만에 교수대 위에서 종언을 고했고 그의 재산도 몰수됐다. 루이 11세의 지나친 총애가 뛰어난 이발사를 불행으로 몰고 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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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나 왕 같은 권력자에게 이발사는 매우 특별한 존재다. 그 누구보다 가까이 붙어 있고 자신의 목과 머리에 합법적으로 칼을 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진정 신뢰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얘기다.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나폴레옹이 가장 무서워한 사람이 군대나 정적이 아닌 이발사였다는 게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래서일까. 대통령과 이발사의 관계는 항상 보통을 넘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발사였던 이가 일제시대 일본군이 묻어놓고 간 금괴에 대한 얘기를 듣고 발굴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박 대통령의 암묵적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괜히 ‘청와대 3대 실장 중 하나가 이발 실장’이라는 얘기가 나왔을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전속 이발사에게 월급으로 9,900유로(약 1,260만원)나 지급했다는 구설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이발사 게이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얼마나 대단한 솜씨를 지녔길래 장관급 월급을 주는지 궁금하다. 머리만 깎으라고 준 것인지 아니면 다른 오묘한 뜻이 있는지…. 하기야 얼마 전까지 이름조차 들어본 적 없던 교수가 갑자기 공기업 회장이 되고 국제기구 부총재까지 가는 일이 시시때때로 벌어지는 우리나라에서야 이해 못할 것도 아니겠다. /송영규 논설위원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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