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기대 못미친 여름세일...불황속 '백화점 세일효과' 갈수록 뚝뚝

신장률 2~3% 그쳐...업계 전망 크게 벗어나

인파 몰려도 지갑 안열고 VIP는 혼잡한 세일 외면

업계, 돌파구로 브랜드 할인...대형 출장세일도 주력





지난 6월 두자릿수의 ‘깜짝 신장’을 기록했던 백화점들이 이어진 여름 정기 세일에서는 기대 이하의 실적을 보이며 보름여의 행사를 마무리했다.


여름 정기할인 성적표가 7월 전체 신장률조차 밑돌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어서 깊어지는 소비 양극화 속에 전통적 소비 촉매제 역할을 해왔던 ‘세일 효과’마저 끝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롯데백화점은 여름 정기할인전이 진행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6일까지 기존점 기준으로 3.4%의 매출 신장을 거뒀다고 밝혔다. 현대백화점도 16일까지 기존점 매출이 2.5% 올랐다. 이는 당초 6~8% 신장을 기대했던 업체 전망에서 크게 벗어난 결과다.

신세계백화점은 3월 서울 강남점과 4월 부산 센텀시티점의 증축, 5월 면세점 개점에 따른 본점 새 단장 등의 투자 효과가 더해지며 같은 기간 7.8%(기존점 기준) 신장했다. 그러나 지난달 20.3%의 폭발적 신장을 기록, 10%대 신장세를 무난히 예상했던 업체 기대에는 못 미쳤다. 현대·신세계는 17일 여름 세일을 마감했고 롯데는 지난해에 이어 24일까지 한 주 더 정기 할인전을 이어간다.


백화점들은 지난달 10~20%대의 신장세를 보이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기저 효과를 톡톡히 입증, 7월까지 호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6월 말부터 보름간 여름 정기세일이 바통을 이어받는데다 지난해 7월까지 메르스 여파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와 현대 모두 세일 첫 주말 폭우 등으로 0~1%대의 충격적인 실적을 보였고 두 번째 주말 5~6%로 호전됐으나 대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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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낮아진 세일 실적에도 주요 백화점들은 예년과는 달리 7월 전체 신장률 기준으로 롯데와 현대는 6~8%, 신세계는 두자릿수 전망 등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올해 7월은 지난해보다 주말이 한 주 더 많기는 하지만 통상 세일 뒤 인파가 그치는데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기간임을 고려할 때 이례적 셈법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백화점들의 이 같은 기조는 전통적인 정기 할인행사 효과가 그만큼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지난 몇 년간 소비 양극화가 깊어지면서 서민들이 즐겨 찾는 백화점 세일의 매출 기여도는 갈수록 하락했다. 반면 백화점 매출에 기여하는 VIP 고객 비중은 나날이 늘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올 1·4분기 VIP 매출 신장률이 2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업체의 월별 신장률이 1~2월 0.2%, 3월 2.6%에 그쳤음을 감안할 때 매출의 키를 사실상 VIP 고객이 쥐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소비 불황으로 대다수 브랜드가 이른 세일에 돌입하는 등 정기 할인의 장점을 체감하기가 다소 어려워졌다”며 “인파가 몰려도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은 드물고 우수 고객들은 혼잡함 등을 이유로 세일 시즌을 외면하면서 세일의 매출 기여도도 하락세”라고 말했다.

실제 백화점들은 ‘세일 외 마케팅’에 더욱 전력하는 분위기다. 롯데와 현대·신세계 등 백화점 3사는 역대 최대 규모의 명품 브랜드 할인 행사를 여름 세일 이후인 이번주 시작한다. 최대의 역량을 쏟아붓는 할인전도 최근에는 서울 강남, 경기도 고양시 일산 등 소비 여력이 있는 소비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대형 출장 세일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현재 백화점들은 내부적으로 세일 성적을 따로 집계하지 않고 월별 기준으로만 전체 실적을 집계, 마케팅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여름휴가를 앞두고 명동의 한 백화점을 찾은 한 30대 여성 고객도 “세일과 노세일 시즌의 차이가 행사장 물량 정도여서 세일에 맞춰 백화점에 들르던 습관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구매 금액별 상품권 증정 행사도 비세일 시즌에 이뤄져 세일이 아닐 때가 이익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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