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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망한 아이디어 대상] 안면 이식

극한 수술 | 화재사고 후 얼굴을 이식 받은 패트릭 하디슨의 하루

[우] 2001년 사고를 당하기 이전의 패트릭 하디슨.[우] 2001년 사고를 당하기 이전의 패트릭 하디슨.


2001년 9월 5일. 미국 미시시피주 세나토비아 시외곽의 이동식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관이었던 패트릭 하디슨은 동료들과 함께 현장으로 출동했다. 그리고 진압 작전 중 갑자기 무너진 천장에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그는 입술과 귀, 눈꺼풀을 포함해 얼굴 전체에 3도 화상을 입었다. 산소호흡기가 녹아내려 얼굴에 들러붙었을 정도였다.

이후 하디슨은 14년간 무려 71회의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일그러진 얼굴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뉴욕대학 랑곤메디컬센터의 성형외과 과장인 에두아르도 로드리게즈 박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고, 다소 급진적인 제안을 받았다. 얼굴 피부를 완전히 벗겨낸 뒤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이식하자는 것이었다. 사실 로드리게즈 박사는 2012년 메릴랜드대학 병원에 근무할 당시 안면 이식 수술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다.





하디슨에게 얼굴을 기증한 데이비드 로드보프. 그는 자전거 사고로 숨졌다.하디슨에게 얼굴을 기증한 데이비드 로드보프. 그는 자전거 사고로 숨졌다.


제안을 수락하고도 1년여의 기다림 끝에 2015년 8월 잠재적 기증자가 확인됐다. 자전거 사고로 숨진 데이비드 로드보프라는 청년이었다. 피부색과 머리색, 혈액형, 유전적 적합성에서 최적의 기증자였다. 그렇게 100여명의 의료진이 동원된 26시간의 수술 끝에 하디슨은 새 얼굴 찾았다. 현재 타이어 세일즈맨으로서 새 삶을 살고 있는 그의 하루를 취재했다.






오전 8:01
“아직도 얼굴에 통증이 느껴져요. 심한 날은 아침 샤워를 할 때 따뜻한 물로 얼굴을 적시죠. 그러면 진정이 됩니다. 하지만 다른 부분은 모두 나아졌어요. 수술 이후 한동안은 매일 오전 8시와 오후 8시에 알약 15정을 복용해야 했지만 현재는 아침에 6정, 저녁에 4정만 먹으면 되죠. 약에 취해 멍해질 때조차 예전에 비하면 천배는 좋습니다. 특히 요즘은 잠도 더 많이 잡니다. 기상 시간은 수술 전이나 지금이나 오전 5시30분에서 6시 사이지만 3~4시간 동안 깨지 않고 숙면을 취한다는 게 달라진 점이죠.“



선구자의 대가
하디슨의 안면 이식수술은 10년간 전 세계에서 실시된 유사 수술 가운데 최고 난이도였다. 수술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새 얼굴에 대한 거부반응 때문에 면역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다. 아마도 미개척 분야에 첫발을 내딛은 대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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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12
“수술한 뒤부터는 거리의 사람들이 더 이상 저를 주시하지 않아요. 퇴원한 날 백화점에서 쇼핑을 했는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더군요. 얼굴이 조금 부어있었지만 기껏해야 턱수술을 받았겠거니 생각했겠죠. 얼굴 전체를 이식받았을 거라고는 누구도 짐작조차 못했을 겁니다. 거울을 통해 처음 제 얼굴을 봤을 때 곧바로 알 수 있었어요. 이게 원래 제 얼굴이었음을 말이에요.”






오전 9:31
“수술 전 제 눈은 시쳇말로 바늘구멍 크기였죠. 바로 앞에 있는 것 외에는 볼 수가 없었어요. 앞만 보고 달리라고 눈가리개를 한 경마장의 말들 처럼요. 하지만 수술 이후 시력도 좋아졌어요. 0.0009에서 0.7이 됐죠. 휴대폰 화면을 읽는 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습니다. 다만 그동안의 습관이 몸에 배서 필요 이상으로 휴대폰을 눈에 바짝 대고 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나도 모르게 그러고 있더라고요.”






오전 10:00
“한 달에 한 번씩 랑곤메디컬센터를 찾아가 이런저런 검사를 받고, 정신과 의사도 만납니다. 주치의인 로드리게즈 박사는 매번 제 위치를 벗어난 부위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요. 안면 이식 후 지금껏 6~7차례 추가 수술을 통해 조금씩 손을 봤죠. 오늘은 또 다른 문제를 상담했어요. 이마와 눈썹의 위치가 너무 낮은 것 같거든요. 앞으로도 다듬고 고쳐야 할 것들이 계속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살아가는 동안 말이에요. 그래도 얼마 후 예정돼 있는 수술을 받으면 최소한 올해까지는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하네요.”






오후 6:00
“사람들은 제게 장애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만 저는 그게 정말 싫습니다. 지난 1년여간 저는 항상 예상을 웃도는 속도의 회복력을 보이고 있어요. 처음 안면 이식 수술을 받았을 때도 제가 깨어나려면 6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단 10일 만에 눈을 떴습니다. 저는 은둔 생활을 하고 싶지 않아요. 사고 전의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에요. 그래서 올 여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디즈니월드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어요. 수술 후 기도에 삽입해놓았던 호흡관도 제거했으니 이제는 물속에 뛰어들 수도 있답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EDITED BY IAN DA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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