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로부터 끈질긴 구애를 받던 서청원 의원이 결국 불출마하면서 8·9 새누리당 전당대회 판세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6명의 후보 가운데 이렇다 할 강자가 없어 전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서 의원의 출마 여부로 공방을 벌인데다 최경환·윤상현 의원 등 친박 핵심 실세의 총선 개입이 겹치며 전대는 ‘계파전’으로 치러질 분위기다. 비박계는 친박계에 맞서기 위해 단일대오를 형성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친박계는 서 의원의 불출마와 최·윤 의원 논란으로 상처를 입었지만 비박계 당 대표를 막기 위해 한 후보를 막후 지원하는 형식으로 선거에 뛰어든다는 구상이다.
서 의원은 19일 보도자료를 내고 “주변의 많은 권유로 고민했지만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이 우려스러웠다”면서 “그동안 일관되게 대표 경선에 출마할 군번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며 전대에 출마할 뜻이 없음을 밝혔다. 서 의원과 함께 전대 최대 변수로 꼽혀온 나경원 의원은 서 의원 불출마에 대해 “당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며 말을 아꼈다. 나 의원의 경우 비박계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조건부 출마를 내세웠던 만큼 불출마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친박·비박 대표 주자로 분류됐던 투톱(서·나 의원)이 빠지면서 이번 전대는 강자가 없는 한끝 차이로 승부가 갈릴 모양새다. 조직력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비박계는 후보 단일화를 구상하고 있다. 정병국·김용태 의원은 선의의 경쟁을 벌이되 막판에 후보 단일화에 협력하기로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소장파 50대 기수 3인방도 가세했다. 최근 정병국 의원은 오세훈 전 시장, 남경필 지사와 만나 비박계 단일화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원희룡 지사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이들 뜻에 동의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비박계 후보 단일화’ 주장과 함께 비주류 결집에 나서고 있다.
친박계는 잇단 악재에 당분간은 숨 고르기에 들어갈 분위기다. 하지만 친박 후보 모두 경선 완주 의사를 드러내며 ‘각자도생’을 택한데다 계파 대표 주자를 내세우지 못한 만큼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조직력을 무기로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을 지원사격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 최·윤 총선 개입 폭로에 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서 의원의 측근인 이우현 의원은 “(녹취 공개를) 진작에 하지 왜 이런 시점에 하느냐. (당 대표 출마를 고민해온) 서 의원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했다. 서 의원도 “지금은 내가 나서기보다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할 때”라며 “당내 최다선으로 새로운 대표와 지도부에 병풍이 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