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의 실질 인건비가 내국인을 앞지른 것은 단순히 비용이 역전됐다는 것에 머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면의 의미다.
우선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인건비가 싸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시대가 빠르게 저물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첫 번째 배경은 내국인의 생산현장 기피현상이다. 중소기업이 직면한 최대 애로사항 중 하나가 인력조달 문제다. 도금·용접·주조·열처리·소성가공 등 이른바 뿌리산업으로 대표되는 3D(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업종에서 내국인 인력의 신규 유입은 씨가 말랐다. 외국인 노동자는 오래전부터 이 공백을 메워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외국인 노동자 고용의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을 스카우트하거나 고국으로 돌아간 인력을 다시 데려오는 적극적인 채용 사례가 제조현장에서 어렵지 않게 목격되고 있는 것이다.
부산광역시 녹산산업단지에서 도금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동건(가명) 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생산직원 고용 문제로 전전긍긍했다. 여러 곳을 수소문해봤지만 인력을 구할 수가 없었다. 이 사장은 기존 외국인 인력의 재고용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공장에서 3년간 일하다 체류기간 만료 후 고국으로 돌아갔던 네팔인 노동자 카미(가명)씨를 재고용해 공장을 겨우 돌릴 수 있었다.
중소기업들이 내국인보다 더 많은 비용을 쓰면서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붙잡아두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들이 아니면 공장 자체를 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내국인을 쓰고 싶지만 오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 실제로 중기중앙회 설문조사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10명 중 8명의 중소기업 대표가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워서’라고 답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3D 업종에서는 외국인이 아니면 공장을 가동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를 사용하는 중소기업의 30% 이상이 5인 미만의 근로자를 활용하는 사업장이다. 이들에게는 외국인 노동자의 실질 인건비 상승은 큰 부담이다. 특히 외국인 노동자의 생산 비중이 높다 보니 이들에게 휘둘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노동법을 꿰고 있어 외국인 노동자를 내국인과 차등대우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영세 용접업체를 운영하는 양지환(가명) 사장은 외국인 노동자들의 근무 태만 문제로 끙끙 앓았다. 관련 법은 임금 체불이나 폭력 행사 등의 사유가 있을 때만 외국인 노동자가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더 높은 임금을 받으려고 사업장을 옮기는 것은 불법이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들은 1년이 지나 퇴직금을 지급받고 의도적인 근무 태만으로 회사에서 쫓겨나면서까지 사업장을 옮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이직심사제도를 강화하고 사업장 변경 횟수를 제한하는 등 외국인 근로자 인력 운용상의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영세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인력 쿼터를 늘리고 근로자의 재직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보도블록 제조업체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한국말에 익숙해지는 데 평균 3년이 걸리는데 그때가 되면 본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면서 “업무에 익숙한 근로자들이 빠지고 또 새로운 근로자를 교육하는 것이 반복되다 보니 생산성도 떨어지고 비용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은 외국인 근로자 고용허가서 발급부터 근로자 인수까지 외국인 근로자를 도입하는 기간을 현재 평균 60일에서 20~30일로 행정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외국인 노동인력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이유는 또 있다.
현재 구조로는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들을 국내에 붙잡아둘 제도적 유인이 많지 않다. 더구나 일부 외국인 노동자들의 강력범죄로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이 늘어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인력 운용의 여력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이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외국인 노동자를 채용하는 것은 언뜻 보면 불합리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사업을 영위하기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며 “저출산과 제조현장 기피로 인력조달에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숙련된 외국인 노동자를 국내에 머물게 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해욱·강광우기자 spook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