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명문 사립대학을 졸업한 윤 모씨(28·남)는 지난해 중견 건설사에 취직하며 이른바 ‘취업 뽀개기’에 성공했다. 졸업 후 1년여 동안 수십 장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한 끝에 올린 쾌거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회사생활은 고되기만 했다. 평일 11시 이후 퇴근하는 것은 기본이고 한 달에 두 번 이상은 토요일에도 나와 근무를 해야 했다. 윤 모씨는 “매번 자기 일을 떠미는 상사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솔직히 정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높지도 않다”고 토로했다. 결국 최근 윤 모 씨는 1년여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공무원 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청년(15~29세)층이 첫 직장을 어렵게 구하지만 3명 중 2명은 그만 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근속기간은 1년 3개월에 불과했다. 21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및 고령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취업한 경험(임금 근로자)이 있는 청년들의 졸업 후 취업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11.2개월로 지난해의 11개월에서 0.2개월 늘어났다. 청년들이 졸업 후 첫 직장을 잡는 데 평균 약 1년이 걸린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 중 3분의 2는 관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399만 4,000명의 청년 취업 유경험자를 설문조사 한 결과 60.8%는 첫 일자리를 그만뒀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해 63.3%에서 비해 2.5%포인트 하락했지만 절대 규모는 여전히 높다. 이들은 평균 1년 3개월 만에 직장을 박차고 나왔다. 평균근속기간은 1년 2.8개월로 지난해보다 0.2개월 늘어났다.
청년들 3명 중 2명이 어렵사리 구한 첫 직장을 불과 1년 3개월 만에 박차고 나온 가장 큰 이유는 근로여건에 불만족한 것이다. 조사 결과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로 절반에 가까운 48.6%가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에 불만족했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육아, 결혼, 건강 등 ‘개인 및 가족적 이유’라는 응답자는 13.5%였고 임시적, 계절적인 일로 일이 완료됐기 때문이라는 응답자는 10.7%였다.
청년들은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중시하지만 직장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사생활의 희생을 요구하는 등 양측이 괴리를 보이는 것이 주된 이유로 분석된다. 또 청년들의 스펙도 높아져 “좀 더 좋은 직장에 도전하자”는 심리가 확산한 것도 한 이유로 풀이된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