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각종 의혹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꾸면서 스스로 의문을 더욱 키우고 있다.
검찰 또한 우 수석과 마찬가지로 어제와 오늘 얘기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우 수석은 지난 18일 부인 이모씨와 장모 김모씨를 비롯한 처가 가족들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 땅을 매매하는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당시 “전혀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후 당시 계약에 관여했던 인물들 사이에서 “우 수석이 현장에 있었다”는 증언이 쏟아졌고 우 수석은 “계약 당일 장모님이 와달라고 해서 갔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 “장인어른이 다리가 불편한 상황에서 열심히 일해서 산 땅인데 지키지 못하고 판다는 부분에 대해서 (장모가) 많이 울었다. 그래서 위로해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가서 한 일은 장모님을 위로한 것뿐”이라는 말과 달리 우 수석이 계약서 체결 현장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 주도로 저축은행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대검 수사기획관이었던 우 수석이 겨우 위로하기 위해 업무시간 중 계약 현장에 갔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우 수석이 어떤 형태로든 법적 조언을 했을 경우 또다시 곤경에 처할 수 있다.
구속기소 된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몰래 변론’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태도가 달라졌다는 지적이다. 우 수석은 홍 변호사와 함께 다단계 유사수신업체 ‘도나도나’ 사건을 공동 변론하고 홍 변호사로부터 5,000만원을 받았다는 보도와 관련해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그거 딱 한 건 했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홍 변호사에게 확인해봤는데 공동으로 (사건을 수임)한 적이 없다고 한다”고 밝혔었다. 우 수석이 ‘딱 한 건’을 같이 했다고 밝히면서 거짓 설명이 된 꼴이다. 검찰 관계자는 21일 이와 관련해 “홍 변호사의 말을 전한 것뿐”이라며 “(같은 사건을 수임하기는 했지만) 시기적으로는 일치하지 않더라”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서는 우 수석이 해당 사실을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에 몰리거나 범죄 혐의와 관련이 없다고 판단될 때만 제한적으로 의혹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의혹이 증폭되면서 20일 본인이 직접 언론 앞에서 해명을 했지만 이것이 앞으로 본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직접 해명하지 않은 채 여전히 엇갈린 채 남아 있는 진술도 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나 정 전 대표 측 브로커인 이민희씨와의 관계다. 우 수석은 정 전 대표의 사건을 몰래 변론했다는 의혹을 해명하며 “정운호도, 이민희도 모른다. 만난 적도 없는데 수임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정면 부인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을 통해 이씨의 운전기사는 “우 수석과 이씨가 만나는 것을 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대해 우 수석은 “그 사람이 누구를 봤는지 모르겠으나 저는 그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나의 사실을 두고 우 수석과 이씨 운전기사의 진술이 엇갈리는 셈이다. /진동영·이완기기자 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