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21일 발표한 대선후보 수락연설 서두에서 현재 미국의 정치·경제 상황을 ‘위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는 미국이 가장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열렸다”며 “경찰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고 미국 내에서 테러가 발생할 우려도 어느 때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집권 8년 동안 흑인 청년들의 실업률은 수직 상승해 58%에 이르렀고 최빈곤층 라틴계 인구도 200만명 더 늘었다”며 경제상황도 악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후 트럼프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 국민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지도자인 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나의 계획에서 이는 안전한 이웃, 안전한 국경, 테러로부터의 보호 같은 미국의 평화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미국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것은 보호무역주의와 고립주의를 기반으로 한 아메리카니즘이다. 그는 자신의 맞수인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그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비판하며 아메리카니즘을 역설했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무역협정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에 서명한 것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었다”라며 “다시는 미국 경제를 악화시키는 무역협정이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트럼프는 구체적으로 “힐러리가 국무장관이 되기 전에는 ‘이슬람국가(IS)’가 지도상에도 없었고 이라크·시리아는 통제하에 있었다”며 “하지만 힐러리 재임 4년 이후 IS가 역내는 물론 전 세계로 퍼졌고 리비아는 황폐화됐으며 이집트는 급진 ‘무슬림형제단’의 손에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만약 그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자유무역주의·개입주의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대외경제·안보정책이 180도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그가 내세운 미국우선주의대로라면 미국이 체결했거나 체결할 예정인 글로벌 무역협정들이 완전히 원점에서 다시 시작돼야 하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가 주장하는 고립주의 강화로 미국이 이라크와 시리아 등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경우 현재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중동 질서가 무너질 가능성도 높다.
본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트럼프처럼 미국우선주의 입장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과거 재임시절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전폭적으로 주장하다가 민주당 예비경선을 거치면서 반대 입장으로 급선회하는 등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내세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