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디어로 접하는 세계의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의 모습은 전과 다른 구조적·행태적 변화를 보여준다. 지금까지의 신념이나 원리·관행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경우도 많고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나타나는 인구절벽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한다.
그간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글로벌 자유무역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고 국가 간, 계층 간 격차의 심화는 자본주의 체제의 수정과 변화를 요구할 만큼 심각해졌다. 기업 경영에서도 기업을 왜 하는지,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 기업 경영을 어떤 원리로 해야 하는지 가장 근본적인 이슈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기업의 목적은 무엇이고 왜 기업을 해야 하는가.” 기업들의 중장기 사업계획을 보면 언제나 매출액의 지속 성장 그래프가 나타난다. 기업의 목적은 이익 창출이고 이를 위해 성장은 필요하다. 그렇지만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및 저성장의 일상화 시대에는 더 이상 과거의 급속한 성장이 가능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도 이것이 체감되기 시작했다. 기업에서 이익 극대화가 매우 중요하지만 이제는 ‘성장 일변도’의 사고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생존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survival&sustainability)을 추구해야 한다. 매출액 증가만이 무조건 선이 아니며 외형보다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함께 추구하면서 적정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매출의 급속 성장만을 훌륭한 최고경영자(CEO)의 성과 척도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이제 ‘건강한 지속 발전’이 기업의 목표가 돼야 한다.
“기업 경영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업들은 그간 너무 사업 경영(work management)에만 몰두해왔고 많은 조직에서 사람은 사업 추진의 수단으로만 치부돼왔다. 사람에 대해서는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과 기능에만 역점을 뒀다. 그러나 표준화된 업무를 효율적으로 반복 수행하던 과거의 사업 활동에서 벗어나 점차 새로운 사업을 효과적으로 창출하고 변화에 대응하는 업무로 바뀐 기업 환경에서는 사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람에게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형우 마이다스아이티 대표는 “기회가 없어 사업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없어 사업을 못한다”고 말한다. 사람(직원·고객·이해관계자)의 동기·욕망·인격·역량·가치관을 함께 고려해 사람을 수단만이 아닌 목표로 그리고 창조의 주역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업을 능동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의 집합으로 보고 기업 비전에 맞는 인재를 선발·육성하고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이 답이다. “내 일생에서 80%는 인재를 모으고 교육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회장의 회고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제는 더욱더 사업 경영보다 사람 경영이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기업은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사업이 ‘기획-실행-평가’의 경영 사이클을 따라 정해진 철길을 달리는 기차처럼 선형으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세상과 고객은 기업이 기대한 것과 다르게 반응하기도 하고 언제나 새로운 변수가 돌출될 수 있다. 이제는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처럼 비전과 목표를 향해 방향성을 가지고 선의 경영이 아닌 폭의 경영으로 나아가야 하며 변화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그래서 이에 맞는 간소하고 활력 있고 유연하고 민첩한(lean, energetic, flexible&agile) 조직이 필요하다.
변화가 일상이 되고 예측이 어려운 근본적 모호성(disruptive ambiguity)의 시대에는 사람에게 초점을 맞춘 경영을 바탕으로 혁신·창의성·기업가정신을 통해 기회 창출, 가치 창조, 행복 극대화를 위해 사람들이 헌신하는 조직이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 이제 기업 경영의 기본 전제와 가정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배종태 KAIST 경영대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