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은 대규모 혈세를 현금으로 받고도 적자를 냈을 때 수은 무용론과 개혁론이 불거질 것을 더욱 우려하고 있다.
25일 수출입은행 고위관계자는 “수은이 정부에서 현금출자를 받게 되면 대우조선해양 등에 대한 여신을 지금처럼 정상으로 분류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결국 1조원 중 대부분을 충당금 적립에 써야 해 적자전환 가능성이 커진다”고 전했다.
정부와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9월 말까지 수은에 추경을 통해 1조원을 현금으로 집행한다. 수은이 1조원을 현금으로 받을 경우 이는 수은 역사상 최고의 현물출자 금액이다. 추경을 통해 현금출자를 받았을 때 조선업 충당금을 올해 안에 적립해야 한다는 논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수은 내부의 관측이다. 수은 고위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조선해양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은 물론이고 현재 정상으로 남겨놓은 대우조선해양 역시 요주의로 재분류한 후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은은 STX조선 충당금 1조원 외에 대우조선(익스포저 9조2,711억원)을 요주의로 분류했을 때 필요한 6,500억원 등 두 조선사에 대해서만 1조6,5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수은의 연간 영업이익이 1조3,000억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적자가 불가피한 셈이다.
수은이 더욱 우려하는 것은 올해 사상 처음으로 적자를 낼 경우 정부로부터 큰돈을 받고도 내부 건전성조차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난이 다시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책은행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수은의 사상 첫 적자가 국책은행 조직쇄신 등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