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나라 선거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해봐야 무슨 의미가 있으랴마는 개인적으로 솔직히 바라는 미 대선 본선 레이스의 가상 시나리오다.
미 대선은 양당 후보 경선 과정부터 승패를 떠나 주류보다 비주류가 더 주목받는 선거판이 되고 있다. 아웃사이더 트럼프가 지난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화려한 대선 출정식을 치른 데 이어 25일 막이 오른 민주당 전대에서도 경선에서 패한 버니 샌더스 의원이 끝까지 클린턴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경선 과정에서 선거를 관리한 전국위원회가 편파적으로 클린턴을 밀었다는 e메일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두 후보에 대한 지지율과 관계없이 대선 후보 출정식인 양 당의 전당대회만큼은 트럼프가 클린턴에게 완승을 거둔 셈이 됐다.
‘Make America Great Again(메이크 아메리카 그레이트 어게인)’ ‘Make America First Again(메이크 아메리카 퍼스트 어게인)’. 공화당 전당대회가 열린 18~21일 나흘간 클리블랜드 퀴큰론스 아레나를 가득 메운 피켓 구호다. 세계를 위한 미국이 아닌 미국을 위한 미국, 모든 대내외 정책 결정에서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아메리카니즘’이다. 글로벌리즘 아래 전 세계 리더의 의무로 지금까지 미국이 감내해온 ‘희생’은 더 이상 없다는 선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현실이 된다면 미국이 전 세계를 상대로 그들의 새로운 질서를 강하게 요구할 것은 명약관화다. 여기서 한국은 제1의 타깃이다. 전당대회 마지막 날 트럼프는 후보수락 연설 첫 일성에서 ‘미국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은’ 잘못된 자유무역협정(FTA)의 대표적 사례로 한미 FTA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기존의 지지율만으로 클린턴의 대선 승리를 낙관하기도 쉽지 않아졌다. 최근 두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불과 3%포인트에 불과한데다 20%에 달하는 부동층의 표심이 남은 100일 남짓 어디로 튈지 모른다.
주류인 클린턴이 우여곡절 끝에 승리하더라도 안심할 일이 아니다. 민주당 경선의 진정한 승자 샌더스는 일방적인 경선 패배에도 클린턴의 대선 정강정책에 자신의 공약들을 대거 심는 데 성공했다. 본선 승리를 위해 경선에서 패한 샌더스 지지자들을 품고 가야 할 클린턴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마찬가지로 클린턴은 본선에서 승리하더라도 트럼프가 선언한 ‘아메리카 퍼스트’ ‘아메리카니즘’까지 끌어안아야 할지도 모를 처지다. 미 국민들의 뇌리에 아메리카니즘이라는 단어는 8년 전 금융위기 직후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버락 오바마 후보가 내세운 ‘Yes, We Can(예스, 위 캔)’만큼 깊이 각인됐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에 관계없이 트럼프가 주장한 상당수의 공약은 유산으로 남아 미국의 대외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오는 2017년 1월20일 제45대 미 대통령 취임식 후 한국이 맞닥뜨려야 할 미국이 우려된다. 주인공이 트럼프든 클린턴이든 말이다. 당장 한미 FTA 재협상과 주한미국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으로서는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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