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의 성장의 역사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인수합병(M&A)에 의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지금도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시장은 M&A를 통한 몸집 키우기가 한창이다. 세계 1위의 종합 부동산 서비스 업체인 CBRE는 지난 2013년 이후 30개 업체를 인수했고 2위 업체인 JLL도 2016년에만 13개 업체를 인수했다. 2015년에는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와 DTZ가 M&A한 후 C&W가 3위 업체로 올라섰다. 4위 업체인 컬리어스인터내셔널과 5위 업체인 뉴마크그럽 나이트프랭크도 3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M&A에 필사적이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 전문 보고서는 오는 2025년까지 현재의 부동산 서비스 회사 중에서 M&A, 부도 및 폐업 등으로 약 30% 정도만 생존하게 될 것이며 이 중에서 ‘빅 스리’가 출현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1·2위는 CBRE와 JLL로 확고하게 정해져 있으나 3위는 C&W·컬리어스·뉴마크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인터넷 회사들이 종합 부동산 회사를 직접 인수해 경쟁 구도를 극적으로 바꿀 수도 있으며 부동산 산업의 빅데이터 주도권 확보를 위한 경쟁도 더욱 가열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미국계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들이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부동산 서비스의 인프라에 해당하는 교육 시스템과 자격제도 그리고 이를 주관하는 전문 협회가 분야별로 제대로 구축돼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세계적 부동산 관리 전문가 단체인 부동산관리협회(IREM)는 대공황 직후인 1933년 설립된 후 1938년부터 부동산자산관리사(CPM)를 배출했고 상업용 부동산투자 분석 전문가 단체인 CCIM협회는 1954년 설립된 후 전 미국은 물론 세계에서 상업용부동산투자분석사(CCIM)를 배출했다.
이들 전문가 단체는 실무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정기적인 시장조사 보고서 등을 발간해 회원은 물론 비회원에게도 제공한다. 일례로 IREM에서는 매년 ‘수입·비용분석 보고서’를 발간하는데 여기에는 부동산의 종류, 규모, 지역별 임대료 단가와 운영경비 단가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어 누구나 투명성과 객관성이 담보된 부동산 정보를 얻어 전문적인 투자분석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월 정부가 ‘부동산서비스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한 후 종합 부동산 서비스 회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 시장은 건설·공급 등 공급자 위주로 시장이 형성돼왔기 때문에 종합 부동산 서비스가 그리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건설·공급보다 기존 부동산의 유지·관리 및 효율성 극대화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부동산산업도 점차 임대·관리·리모델링 등 부동산 후방산업(down stream)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종합 부동산 서비스에 대한 우호적인 환경 변화에도 부동산 서비스 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해 성장 전망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종합 부동산 서비스 제도를 도입한다고 시장이 저절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과 전문 단체의 조속한 설립 및 전문 자격제도 시행을 통한 부동산 서비스 전문가 양성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