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토요WATCH] 싸다지만 싼 게 아니더라~ 갈 길 먼 전기車 '마이카 시대'

<춤추는 전기차 연료비>

보조금 줘 비싼 출고가 해소됐지만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적용으로

연료비 비슷하거나 되레 비쌀수도

배터리값도 내려가야 대중화 가능



#. 생애 처음 승용차를 구매하려는 직장인 김영아(34)씨는 요즘 전기차를 사려다가 망설이는 중이다. 김씨가 전기차에 솔깃했던 것은 평소 시내에서 출퇴근하는 수준이라면 월 3만~5만원 정도의 전기료만 부담하면 된다는 자동차 대리점 직원들의 설명 때문이었다. 그러나 배터리 노후화 등에 따른 실제 비용 등을 따져보면 아직 일반 차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흔들렸다. 김씨는 자칭 ‘자동차 마니아’라는 몇몇 동호인들에게도 조언을 구했지만 답변이 제각각이어서 아직 구매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보통신업체 KT링커스 등이 공중전화부스를 비롯한 공공장소에 전기차 충전설비를 늘리고 전기차 신차 출시도 본격화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도 부쩍 늘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구매지원금(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일반 자동차보다 비싼 출고가격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된데다 미세먼지·매연 등을 일으키지 않는 친환경차라는 점도 시장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장점을 꼽힌다. 하지만 정작 구매 단계에서는 김씨처럼 갈팡질팡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일반자동차의 연료비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의 충전비가 실제로 광고처럼 저렴한지 갑론을박이 일고 있는 탓이다.


현재 국내에서 일반자동차와 전기차의 연비 비교에 대한 공신력 있는 기관의 공개 분석자료는 드물다. 그나마 한전경제경영연구원이 지난해 4월 내놓은 분석이 비교적 최신의 사례를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한전경연 측의 보고서 내용은 전기차 충전요금이 일반차량 유지비(연료비)보다 40% 저렴하다는 것. 평일 출퇴근 등의 용도로 하루 37.4㎞씩 251일 운행하는 가상의 사례를 시뮬레이션해보니 일반 승용차(배기량 1,600㏄급)는 연간 106만5,000원의 연료비가 들어간 반면 전기차의 연간 충전비용은 대략 42만~45만원이라는 결론이었다. 보고서의 기준이 된 차종은 전 세계 1위 전기차인 닛산 리프였다. 리프는 1㎾h의 전력으로 5.2㎞를 달리는데 다른 차종이라면 리프와의 에너지효율 차이에 따라 충전비가 더 높거나 낮아질 수 있다. 국내 시판 중인 주요 차종들이 1㎾h의 전력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보면 △르노삼성 SM3 Z.E(2015년형) 4.4㎞ △기아차 소울EV(2015년형) 5.0㎞ △한국GM 스파크EV(2016년형) 6.0㎞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10.2㎞다.



이는 전기차 충전 전용(일반적으로 급속충전) 기기였을 때의 이야기다. 가정에서 일반 전원에 연결해 충전(완속충전)한다면 충전 방식과 충전 시간, 충전 계절 등에 따라 요금 차이가 커진다. 우선 가정용 충전방식은 일반 가정용 전원을 쓰는 방식과 별도의 비용을 들여 설치한 가정용 전기차 전용 충전전원(속칭 전원스탠드)을 사용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이 가운데 가정용 전기요금 단가는 잘못하면 요금벼락을 맞을 수 있다. 전력사용량이 늘어날수록 1~6단계 구간별로 급증하는 누진제인 탓이다. 국내 4인 가구 가정의 월간 전력 사용량은 4단계 요금구간(1㎾h당 약 280원)에 속하는 평균 300㎾h 중반대이지만 전기차를 가정에서 충전하면 보통 한 달에 100㎾h는 더 쓸 것이므로 400㎾h를 훨씬 넘어가 5단계(〃 약 417원) 요금으로 충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름이라면 에어컨 등 냉방수요로 월간 전기사용량이 700~800㎾h에 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최상위인 6단계(〃 약 709원) 요금구간을 적용 받을 수도 있다.



5단계, 6단계 전기 요금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준중형 전기차인 A제품을 같은 회사의 준중형 일반승용차인 B제품(2016년형)과 비교해보면 연료비에 큰 차이가 없거나 더 비싸다고 추정할 수 있다. 우선 B는 공인연비가 휘발유 1ℓ당 최소 15㎞여서 150㎞의 거리를 달렸을 경우 연료비는 휘발유 10ℓ에 해당하는 1만4,293원(28일 석유공사 공시 휘발유 값 기준)이다. 반면 A는 150㎞를 달리려면 약 34㎾h의 전력이 필요하므로 충전비는 일반 가정요금으로 충전시 최대부하 시간대 충전시 7,905원(34㎾h×232.5원), 6단계 요금적용시 2만4,106원(34㎾h×709원)로 B 연료비보다 최대 약 69% 비싸다.


물론 가정에서 전원스탠드로 사용하면 1㎾h당 충전비용(저압 전력기준)은 시간대나 계절에 따라 57.6~232.5원까지 낮아진다. 하지만 이 전원스탠드를 설치하려면 보통 700만원 정도 하는 해당 설비를 사야 한다. 제주도·창원 등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선 전원스탠드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지원해주기도 하지만 선착순 등의 방식으로 일부만 혜택을 수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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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가급적 가정에서 충전하기보다는 공공장소 등에 설치된 전기차 전용 충전기를 이용하는 게 좋다. 이들 요금이 일반적인 가정의 전기요금보다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전기차는 일반 엔진 자동차와 달리 배터리가 노후화되면 배터리를 갈아줘야 한다. 이 배터리 비용이 최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선을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재 전기차용 배터리패키지의 국제 시세는 1㎾당 60만~80만원 안팎인데 시판되고 있는 주요 전기차들의 배터리 용량은 대체로 20㎾이므로 배터리 패키지 하나당 가격은 1,200만~1,600만원에 이를 수밖에 없다. 현재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이 보증하는 거리는 차종에 따라 10만~20만㎞(5~10년 한도)로 제각각이다. 배터리 가격을 1,200만원으로 잡을 경우 전기차가 1㎞ 주행할 때마다 60~120원씩(1,200만원/10만~20만㎞)의 배터리 감가상각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 감가상각은 당장 연료비로 차주가 부담하지는 않지만 중고차로 판매할 때 그만큼 중고차 값을 적게 받거나 직접 배터리 교체시 비용부담을 떠안게 되므로 사실상 감가상각 형태로 전가돼 감춰진 연료비라고 할 수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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