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한 효성그룹은 고기능 섬유 원사인 스판덱스와 타이어 소재 타이어코드 등에서 세계 1위를 질주하는 화학업체로 성장했다. 효성은 폴리케톤·탄소섬유 같은 고부가 신소재를 지속 개발, 양산에 성공하면서 앞으로 전세계 화학·섬유 업계를 주도한다는 목표다.
지난 2011년 효성이 국내 최초 자체 개발·생산에 성공한 탄소섬유는 철에 비해 무게는 4분의1 수준이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한 신소재다. 등산스틱·골프채 등 레저용 제품과 연료용 압축천연가스(CNG) 용기, 자동차용 구조재, 우주항공용 소재 등 철이 쓰이는 모든 곳에 사용될 수 있을 정도로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국내 탄소섬유 시장은 지난 2012년까지 전량 수입에 의존했지만 효성을 필두로 국내 기업들이 자체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효성의 관계자는 “탄소섬유 시장은 다양한 용도개발을 통해 연간 12% 이상의 시장 성장률을 보이고 있을 정도로 급속하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효성은 원천기술 확보 후에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탄소섬유 성형재료와 압력용기용 탄소섬유 등을 개발했다. 또 독자 탄소섬유 브랜드인 ‘탄섬(TANSOME)’과 탄섬을 적용한 각종 제품을 세계 시장에 선보이며 고객사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 소재로 주목받고 있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분야에서 효성이 내세우는 신무기는 폴리케톤이다. 이 회사는 2013년 세계 최초로 EP 소재의 일종인 폴리케톤을 독자 개발하고 현재 연산 5만톤 규모의 상용 생산 공장과 1,000톤 규모 소재 생산 공장도 갖췄다.
폴리케톤은 올레핀과 대기오염의 주범인 일산화탄소를 원료로 하는 친환경 소재다. 나일론보다 잘 마모되지 않고 화학적 변형 가능성도 적어 차세대 EP 소재로 각광받는다. 효성은 폴리케톤 연구개발(R&D)에 10여년간 약 500억원을 투자했다. 2010년부터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세계 10대 일류소재기술(WPM)사업 국책 과제로 선정되며 한 층 개발에 탄력을 받았다.
폴리케톤은 우수한 내충격성·내화학성·내마모성을 앞세워 자동차·전기전자 분야의 내외장재·연료계통 부품 소재로 쓰이고 있다. 또 초고강도·초고탄성률이 요구되는 특수 섬유로도 사용될 수 있다. 효성은 지난해 폴리케톤 가공 기술, 연료튜브용 컴파운드, 자동차 폴리케톤 소재를 잇따라 개발하며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효성이 주목하는 1차 폴리케톤 공략처는 국내와 중국·일본, 미국·유럽이다.
소재 뿐 아니라 중공업 분야도 미래 효성의 실적을 뒷받침할 효자 사업으로 쑥쑥 커나가고 있다. 계속된 적자에 신음하던 효성의 중공업 사업은 2014년 흑자로 전환했고 지난해는 영업이익 1,522억원을 기록하며 눈에 띄는 실적 개선을 이뤘다. 미국·사우디아라비아·유럽 등지에서 에너지 관련 영업성과가 두드러졌던 덕분이다.
이런 성장세를 이어 받아 효성은 초고압변압기·차단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신규 중공업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효성만이 상용화 기술을 갖고 있는 스태콤(STATCOM)이 효성의 주무기다. 스태콤은 전기를 송·배전할 때 손실을 최소화해주는 설비다. 효성은 지난해 12월 국내 기업 최초로 인도·파나마 스태콤 설치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올 3월에는 한국전력이 세우는 신충주·신영주변전소에 단일 설비기준으로 세계 최대 크기의 스태콤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조현준 효성 전략본부장(사장)은 “스태콤과 ESS, 초고압 전력기기처럼 부가가치가 큰 에너지 신사업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해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전력 에너지 종합 공급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역량 확보에 더욱 주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