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 내 컨벤션홀. 다소 긴장한 기색의 청년이 바이올린을 들고 무대로 올라 슈베르트의 ‘화려한 론도 b단조’를 힘있게 연주하기 시작했다. 10여 분의 연주가 끝나자 진지한 표정으로 무대를 이리저리 오가며 음악에 귀 기울이던 또 한 명의 음악가가 입을 열었다. “너의 바이올린은 환상적이야. 하지만 피아노도 환상적이지. 혼자 하는 연주가 아닌 만큼 피아노와의 호흡에도 신경 써야 해.” 가르침을 받는 학생은 올해 열린 영차이코프스키 국제콩쿠르 바이올린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김동현이고, 가르치는 선생은 러시아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 보리스 브로프친이다. 유망한 신진 음악가가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아티스트로부터 40분 간 일대일 레슨을 받는 ‘평창 음악학교 마스터클래스’의 풍경이다.
평창 음악학교는 올해로 13회째를 맞는 평창대관령음악제(舊 대관령국제음악제)에서 ‘저명음악가 시리즈’와 함께 축제를 이끄는 양대 핵심 프로그램 중 하나다. 세계의 여러 클래식 음악제가 신진 음악가 양성에 힘을 쏟긴 하지만 평창음악제만큼 음악학교의 비중이 높은 곳도 드물다. 올해는 지난달 25일부터 오는 9일까지 15박 16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으며 15개국에서 온 세계 명문 음대·음악원 학생 142명이 참가했다. 지원자는 그보다 많은 260명이었으며 작년에 이어 올해 다시 참가를 희망한 학생 또한 95명에 달했다. 그만큼 음악학교의 프로그램과 진행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의미다. 이태경 음악학교 부장은 “일대일 레슨은 물론 실내악 레슨, 마스터클래스, 학생들 간의 콩쿠르와 음악회, 아티스트와 만나는 특강 프로그램 등 16일 동안 학생들의 음악성과 기량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면밀히 고안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며 “매년 재지원자와 재참가자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2회 이상 참가한 사람도 39명에 이르는 등 프로그램이 안정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창 음악학교가 배출하는 클래식 스타의 숫자도 늘고 있다. 2015년 쇼팽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이 2010년 학생 신분으로 음악제를 찾은 바 있으며 2014년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문태국도 두 차례 음악학교에서 경험을 쌓았다. 2015년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1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경우 2008년부터 작년까지 8년 연속 음악학교에 개근한 모범생이기도 했다. 이들 모두는 연주자로 데뷔한 후 ‘저명연주가 시리즈’ 무대로 금의환향하기도 했다. 올해도 음악학교 출신의 아티스트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랐는데 2012년 윤이상국제콩쿨에서 준우승한 첼리스트 박진영, 대만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폴 황, 2009년 요한슨국제콩쿠르 우승자인 첼리스트 이상은 등이 그 주인공이다. 음악학교에서 공부한 어린 음악가들이 성장해 아티스트와 교수진 등으로 참가, 다시 어린 음악인에게 교육을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 음악학교의 포부이기도 하다.
참가비는 230만~250만 원으로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다. 하지만 장원지원제도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어 올해의 경우 전체의 절반 넘는 학생이 강원문화재단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이태경 부장은 “지금도 많은 지원을 받고 있지만 더 많은 후원을 통해 특별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의 참여를 더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창=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평창대관령음악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