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5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주식회사는 도쿄증권거래소와 뉴욕증권거래소 두 곳에 동시 상장됐다. 네이버가 일본에 법인을 세우며 글로벌 진출을 시작한 지 16년 만이다. 미국과 중국 브랜드가 양분하고 있는 인터넷 시장에서 네이버의 글로벌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
자회사를 성공적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에 데뷔시킨 성공 원인으로 업계는 변화에 대한 수용력을 글로벌 성공의 핵심 키워드로 꼽는다. 네이버는 시가총액으로 국내 10위 안에 드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벤처 기업처럼 발 빠르게 변화를 시도하는 기업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라인 신화의 시작에도 변화가 있었다. 네이버는 2000년 일본에 진출했지만 야후재팬과 구글이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던 중 모바일 시대가 열렸다. 라인은 시장의 변화를 누구보다 빠르게 수용하고 대응했다. 신중호 라인 주식회사 최고글로벌책임자(CGO)는 최근 사내 강연에서 “PC 시장에서는 기존의 강자들을 이기기 어려웠지만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순간에 빠르게 새로운 시장에 들어가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라인은 사내의 개발 역량을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모바일에 집중했다. 특히 가까운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판단, 메신저에 집중한 끝에 1.5개월이라는 단기간에 라인을 출시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라인의 문화는 네이버에서 이식됐다. 네이버는 모바일 시대가 다가오자 시장과 사용자의 빠른 변화에 맞추기 위해 조직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했다. 먼저 ‘본부-팀-센터’로 이뤄진 수직적 조직 구조를 없앴다. 대신 서비스의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하나의 조직으로 뭉쳐 빠르게 의사를 결정하고 실행할 수 있는 ‘셀(cell)’ 조직을 신설했다.
또 올해부터는 조직 내에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하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과제는 ‘프로젝트’ 조직으로 운영하고 있다. 네이버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나 의무적으로 할당된 업무 시간을 없애고 직원들의 자율성과 책임을 높인 ‘책임근무제’와 조직별 인사 예산을 포함, 채용, 승진 등 전반적인 인사제도를 조직 특성에 맞게 설계할 수 있는 ‘책임예산제’ 시행을 통해 조직이 더욱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기반도 마련했다.
이를 통해 웹툰, 브이(V) 라이브 등 새로운 서비스가 글로벌 시장에서 제 2, 제3의 라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네이버 웹툰은 2014년 4월 웹툰 조직을 셀(Cell) 형태로 변경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독자적이고 빠른 도전을 시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그 결과 셀(Cell) 변경 3개월 만인 2014년 7월, 영어와 중국어 번체로 된 글로벌 웹툰 서비스 ‘라인 웹툰’을 출시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브이 라이브’ 는 서비스 운영, 제휴, 개발, 디자이너 등 다양한 조직에 속해있던 구성원들이 발 빠르게 뭉쳐‘V TF’를 구성했고, 3개월만에 완성도 높은 글로벌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글로벌 동영상 라이브 서비스인 브이 라이브는 출시와 동시에 전세계 170개국에서 다운로드 61만 건 을 기록하며 글로벌 서비스로서 순조로운 첫발을 내디뎠다. 출시 10개월이 지난 현재 앱 누적 다운로드 수가 2,000만을 돌파했으며, 전체 다운로드의 70%이상이 한국 외 국가다. 올해부터는 글로벌 서비스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 젊은 인구가 많고 셀럽들의 재능과 잠재력이 뛰어난 베트남에서 첫 글로벌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 캠프모바일이 내놓은 스노우도 글로벌 순항 중. 스노우는 급변하는 시장에 더욱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팀’제 에서 독립 사업부로 탈바꿈했다. 사업적 독립성을 확보한 만큼, 10대 중심의 동영상 커뮤니케이션앱으로서, 글로벌 10대들을 향한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들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최근 3천만 가입자를 돌파한 스노우의 해외 비중 70%로, 특히 중국과 홍콩에서의 이용자 수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네이버는 글로벌 서비스 기업으로 한층 더 도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