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8·15 사면 경제활성화 계기 돼야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교수

'사면=기업인 특별대우' 아냐

새로운 기업가정신 충전 통해

국민통합, 경제난 타개 앞장을



71주년 광복절 특사에 기업인들이 포함될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어떤 이는 기업인만은 빼야 한다고 하고 어떤 이는 기업인들에게서 형사범의 굴레를 벗겨 활기찬 경제활동을 주도하도록 하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사면 반대자들은 오히려 엄한 법을 제정하고 가혹하게 집행하자고 한다. 또 기업집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기업인 사면은 수사의 명분과 의욕을 꺾을 것이라고도 한다. 아예 사면은 가진 자를 위한 특권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사면제도의 본질과 가치는 우리 사회 발전에 기여하도록 활용돼야 하기에 사회 일각의 격앙된 감정이나 일시적 분위기에 좌우될 문제는 아니다. 우선 독성물질 제조 등 기업의 명백한 침해적 범법행위와 경영판단에 수반하는 배임죄 등 입법 취지가 근본적으로 의문시되는 유형은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인 사면이 이뤄진다고 해서 수사 의지가 약화되거나 차질이 생길 리도 없다. 수사와 사면은 연관성이 없다. 사면을 염두에 두고 행해지는 수사나 판결은 없다. 누구나 사면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춰야 비로소 사면 대상이 된다. 게다가 사면은 엄격한 절차를 밟아 행해진다. 사면은 국가형벌권에 반드시 따라붙는 절차가 아니다.


사면이 기업인에 대한 특별한 대우라는 지적도 적어도 현 정부만 놓고 봐서는 터무니없는 말이다. 지금 정부가 역대 정권에 비해 사면 자체에 소극적이라는 점은 다 아는 사실이다. 지난 2014년 특별사면에서 기업인들은 아예 배제됐다. 지난해 8·15특사에서도 6,422명의 특사 중 경제인 숫자는 14명에 불과했다. 오히려 현 정부 출범 이후 강화된 법률들을 기초로 기업인들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졌고 가족 중 1인만 구속하는 관행도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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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적 분쟁에 대한 법원의 경향을 미국처럼 워런법원이나 마셜법원 식으로 양분해서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별적 사례들을 보면 상소심에서 형량이 늘어난 판결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기업인에 대한 법원의 입장도 엄격해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업인은 사면 대상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돼 있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 하는 것 자체가 죄인가’라는 생각이 팽배할 정도로 역차별을 받는다는 이들도 있다. 기업인이 특권을 누려서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독 사면을 금해야 한다는 것도 공평하지 않다.

좀 더 적극적으로 생각하면 사면은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인들에게 보다 무거운 사회적 책임을 지우는 방법이다. 기업인들은 남다른 열정과 역량을 지닌 이들이므로 낙인을 찍기보다 그 좋은 자질을 도전적인 기업활동에 쏟아붓도록 유인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 일자리가 생기고 경쟁력이 강화된다면 이는 우리 사회가 가장 명확하게 보상을 받는 방법일 것이다. 암울한 경제상황을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패색 짙은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기업가정신의 충전이 절실하다.

이번 사면은 광복절에 이뤄지는 만큼 각계각층의 국민을 포용하면 가장 좋을 것이다. 몽테스키외는 ‘법의 정신’에서 사면은 많은 사랑을 가져오고 군주(당시의 표현)는 그로부터 많은 영광을 얻게 되므로 사면할 기회는 군주로서 “늘 행복스러운 일”이라고 평했다. 사면이 국민통합의 기회가 되고 경제 활성화의 계기가 된다면 사면권자뿐 아니라 국민 전체의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헌법재판소도 확인했듯이 사면법은 헌법 제79조에 근거를 두고 일반국민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국가이익과 국민화합의 필요성 등을 이미 종합해 제정된 법률이다. 역차별에 가까운 복수관념보다는 기업인들이 어려운 경제국면을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기 바라는 국민이 많으리라 추측한다. 사면이 국민에게 늘 행복한 일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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