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백화점들이 오는 2017년부터 백화점 우수 고객에 적용하는 VIP 우대제도를 확 뜯어고친다.
VIP고객에게 부여하는 할인율을 많게는 일반 고객의 배까지 상향하고 각종 서비스도 대폭 강화한다. 지난 2004년 국내 백화점 업계에 VIP 제도가 도입된 이래 차등 할인을 포함한 큰 폭의 제도 개편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소비 침체와 양극화로 백화점 우수 고객들의 매출 기여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결국 백화점 고객 혜택도 차등화 단계를 밟게 된 셈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은 내년부터 VIP 고객들에게 적용하는 구매 할인율을 현행 5%에서 7~1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VIP 고객들은 일반 고객과 동일한 5%의 할인율을 적용받았지만 내년부터는 최대 배까지 더 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간 백화점들은 6개월간 30만 원 등 백화점 카드로 일정 금액을 구매한 고객 모두에게 5%의 할인 혜택을 부여해 왔다. VIP 고객이 더 받는 혜택이라면 업체 및 점포 별로 할인 횟수를 늘려주거나 상시 혜택을 주는 등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년부터 이 같은 할인율은 전년도 구매 실적에 따라 차등 조정된다. 특히 같은 VIP 고객 내에서도 구매 액수 별로 할인율이 갈린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VIP인 MVG 등급 중 상위 두 등급인 ‘프레스티지’와 ‘크라운’ 고객에게 10%의 할인혜택을 주고, 하위 등급인 ‘에이스’ 고객에게는 7% 할인을 적용하기로 했다. 에이스 등급은 점포 별로 일 년 간 1,500만원~2,000만원을 구매한 고객들이며, 크라운 고객의 하한선은 연간 3,500만 원이다. 내년부터 롯데백화점에서 10%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올해 3,500만원 이상 백화점 카드로 구매해야 하는 셈이다.
신세계백화점이 마련한 개편안도 비슷하다. VIP 5개 등급 중 ‘트리니티(최상위 999명)’ ‘퍼스트프라임(연간 6,000만원 이상)’ ‘퍼스트(〃 4,000만원)’는 상시 10%, ‘아너스(〃 2,000만원)’와 ‘로얄(〃 800만원)’은 상시 7% 할인 혜택을 준다. 또 상시 할인을 주는 대신 프리미엄 할인을 적용하는 구매 금액에 제한을 둔다. 최우수등급인 트리니티의 경우 상한선이 2억 원이지만, 로얄의 상한선은 연간 300만 원이다.
백화점들이 이렇게 차등화된 혜택을 도입하는 것은 VIP 고객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백화점 VIP의 매출 비중은 소비침체가 심각하게 진행된 지난 2013년 전체 매출의 20%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백화점 매출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이지만 지난해 롯데백화점의 최상위 프레스티지 고객 매출은 전년보다 25% 올랐다. 프레스티지 고객 수도 전년 대비 10% 증가해 소비 양극화 양상을 엿보게 했다.
백화점들은 서비스 혜택에서도 차별화를 기한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1억원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 별도로 부과되는 ‘레니스’ 멤버십 혜택을 내년부터 대폭 강화하기로 하고 현재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다. 상위 0.01% 고객을 겨냥, 지난 2014년 첫 등장한 레니스는 롯데호텔에서도 일부 VIP 혜택을 주는 등 옴니채널(이종 채널 협업)형 마케팅을 동원하며 주목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유수 백화점들은 VIP 고객에 10~20% 선의 할인율을 적용하고 있다”며 “우수 고객 확보 여부가 백화점의 생존 키워드가 되면서 VIP 멤버십 제도도 변화의 물결”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