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롯데 6,000억 규모 탈세 "신격호 회장이 직접 지시"

검찰, 정책본부 실무진 진술 확보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1조원 상당의 주식을 몰래 증여하고 탈세를 직접 지시했던 정황이 포착됐다. 검찰 안팎의 시선은 신 총괄회장 소환 여부에 쏠리고 있다.

5일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수사팀은 신 총괄회장이 본인 소유의 일본롯데홀딩스 지분을 일가족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사실 은닉과 탈세를 직접 지시했다는 롯데 정책본부 실무진의 진술을 확보했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2000년대 후반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6)씨, 신 회장과 서씨 사이의 딸 신모(33)씨,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게 불법 증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등 신 총괄회장 일가가 내지 않은 세금 규모는 적어도 6,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이는 지금껏 적발된 국내 증여세 탈루 금액 중 최대 규모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과 서씨 모녀 등의 지분거래가 미국과 싱가포르·홍콩 등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실질적인 자금이동이 없는 허위거래 방식으로 이뤄진 단서를 잡고 수사하고 있다. 당시 동원한 SPC는 최소 네 곳 이상이며 여러 차례에 걸쳐 매매 형식으로 지분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을 넘나드는 복잡한 거래과정을 거쳐 결국에는 서씨 등 세 명이 차명으로 보유한다는 결론에 도달하도록 설계된 거래라는 것이다.


이 같은 몰래 증여는 롯데 정책본부가 신 회장의 지시를 받아 구상했고 국내 5대 로펌에 속하는 A법무법인에서 실무작업을 맡았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지난 4일 A법무법인에서 거래 관련 자료를 대거 확보해 SPC 간의 자금거래 정황을 상당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롯데 정책본부에 대한 압수수색도 추가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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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불법 증여한 지분의 총 가치를 1조원 안팎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한국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지주회사 격인 만큼 지분가치가 1%에 1,500억~1,600억원으로 추산했다. 증여로 이전한 지분량이 6.2%인 만큼 결국 불법증여 규모는 9,300억원에서 9,920억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SPC를 통한 거래 외관에서는 액면가대로 수억원대로 사고판 것으로 기록했다고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증여와 관련해 납부한 세금은 전혀 없다”며 “증여세가 워낙 크기 때문에 소유관계를 숨겨 넘기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검찰은 주식 매매와 관련해 롯데 관계자와 A법무법인 변호사 등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불법 증여와 거액 탈세의 몸통이 신 총괄회장이라는 단서가 나온 만큼 신 총괄회장과 서씨에 대한 소환 조사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은 주식 이전 과정에 대한 수사를 마치는 대로 신 총괄회장과 서씨 등의 소환 일정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탈세 혐의가 확정되면 탈루 세액에 대한 추징 보전을 신청할 계획이다.

신 이사장의 개인 비리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4일 전 롯데백화점 이사 K씨와 브로커 J씨를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이들이 2009년 하반기에 롯데백화점 입점을 원하는 여러 업체의 청탁을 받고 10억여원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앞서 신 이사장 역시 네이처리퍼블릭 등으로부터 입점 명목으로 35억원을 받고 회삿돈 4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검찰이 지난달 26일 “신 이사장이 롯데백화점 입점 명목 등으로 챙긴 뒷돈 35억원을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냈던 추징보전청구를 받아들였다. 추징보전은 범죄행위로 얻었다고 볼 수 있는 재산을 피고인이 숨기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확정판결이 날 때까지 묶어두는 제도다. 법원 결정에 따라 신 이사장은 서울 용산의 아파트와 서초구 토지 등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됐다. /김흥록·이완기기자 rok@sedaily.com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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