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단독]"美 철강관세폭탄 막자" 민·관 공동전선 구축

각계 전문가 대규모TF 구성

고율관세 부당성 제기 방침

권오준 "미국 힘들면 제3국 수출"



한국산 철강재에 대한 미국 정부의 연이은 ‘관세 폭탄’에 국내 철강업계와 정부기관들이 공동전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통상 문제의 경우 그동안은 개별기업 차원에서 대응해왔지만 이번에 냉연강판과 도금강판에 이어 열연강판까지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매기자 보다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통상분쟁의 최대 피해 업종이 국내 철강산업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셈이다.

관세 폭탄의 직접 대상인 권오준 포스코 회장도 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대응전략은 대충 나와 있다. 포스코는 저력이 있다”며 위기를 정면 돌파할 뜻을 내비쳤다. 그는 “(최악의 경우) 미국으로 가는 게 힘들어지면 다른 3국 등으로 수출길을 뚫을 것”이라고 밝혔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불거지고 있는 통상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철강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산업연구원 등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가 구성됐다. ★본지 8월8일자 2면 참조

특정 업종의 통상 문제에 대해 이 같은 대규모 TF가 구성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TF에는 특히 관세 폭탄의 피해 당사자인 철강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회계와 국제통상 등 민간 전문가들도 참여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얼마만큼의 덤핑 이득을 챙겼는지를 규제 당사국이 해당 기업의 회계자료 분석 등을 통해 결정하는 만큼 보다 논리적인 반박을 위해서는 우리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TF는 미 정부가 내린 반덤핑관세·상계관세율 판정문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판정문을 분석해 국내 업체가 부당하게 고율의 관세를 물게 된 데 대해 강한 이의 제기에 나설 방침이다.

TF는 특히 냉연이나 도금강판에 비해 수출 규모가 큰 열연강판에 대한 미 정부의 결정을 면밀하게 분석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열연강판은 연간 116만톤, 6,000억원어치가 수출되는 주력 철강재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TF의 정밀분석 결과에 따라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보다 실효성 있는 대응책이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61%의 관세 폭탄을 맞은 포스코는 이미 WTO에 미국을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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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협회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관세·상계관세율 결정은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부당한 측면이 있다”며 “상계관세율이 50%를 넘는다는 것은 기업 매출의 절반가량이 정부 보조금 덕이라는 얘기인데 세계 어느 나라를 봐도 정부가 기업에 50%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국가는 없다. 사실상 해당 국가로 수출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고 강조했다.

상계관세는 수출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보조금 지원을 받았을 경우 부과된다. 미 정부는 지난 5일 포스코가 수출하는 열연강판에 대해 반덤핑관세율 3.89%, 상계관세율 57.04%를 최종 판정했다.

국제통상학회장을 지낸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는 “상계관세는 반덤핑관세에 비해 대응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면서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포스코를 포함한 철강산업이 특별한 지원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역으로 증명하면 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1999년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한 WTO 소송에서 승소했던 사례가 거론되며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당시 미국은 한국산 스테인리스 후판에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했지만 패소했다. WTO는 미국 정부가 한국 철강사들의 덤핑 마진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방법상 하자가 있다는 한국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정부는 우리 철강업체들이 받은 반덤핑·상계관세율 판정문을 검토, WTO 제소 가능 여부 등을 판단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미국 측의 반덤핑·상계관세율 부과가 WTO 제소 요건이 되느냐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업계에서 정부에 WTO 제소 등의 조치를 요청하게 되면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에 대한 관세율 최종 부과 여부는 다음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서 판가름난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현대하이스코 등 10개 업체가 수출한 한국산 유정용강관(OCTG)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관세 부과가 부당한 무역장벽이라고 판단, WTO에 제소한 바 있다. /한재영·김현진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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