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이정현 누구인가]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 비웃을 때 발탁해 준 박 대통령께 감사”

‘미운 호남 거위’에서 여당 대표 되어 날다.

비박계 단일화에 친박 표심 결집한 것이 승리 요인

새누리당 대표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이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새누리당 대표에 출마한 이정현 의원이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운 호남 거위’가 헌정 사상 첫 호남 출신 여당 대표가 돼 날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분류되는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3선)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되며 당내 주류였던 친박계의 입김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4차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의원을 신임 당 대표로 선출했다. 이정현 신임 당 대표는 이날 당선자 수락연설에서 “호남 출신인 저 이정현이 보수 정당의 당 대표가 된 것은 해방 이래 처음 있는 일이고 헌정 이래 처음”이라며 “이 자체가 사건이고 역사”라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는 당권 도전을 선언한 후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 후보’임을 자처해왔다. 호남 출신 비주류는 그를 대표하는 말이다. 정치 경력을 시작한 것도 말단 사무처 당직자로서였다. 이정현 대표는 구용상 전 전남도지사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정현 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으며 빠르게 인지도를 쌓게 된다. 당시 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광주에서 고군분투 중인 이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곳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으시냐”고 격려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호남 포기 전략’을 포기해달라”는 이 대표의 열변에 그를 당 수석부대변인으로 발탁했다. 2013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청와대 정무수석과 홍보수석으로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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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정현 대표는 야당 텃밭인 호남에서 두 번이나 당선되며 ‘지역주의 타파’의 아이콘으로 승승장구했다. 이정현 대표는 “모두가 근본 없는 놈이라고 등 뒤에서 저를 비웃을 때도 저 같은 사람을 발탁해준 박근혜 대통령께 감사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현 대표의 승리에는 친박 표의 결집이 결정적이었다. 2차에 걸친 비박계 당 대표 후보들의 단일화는 친박 세력이 결집하는 촉매제가 됐다. 친박 후보들은 단일화를 시도하지 않아 표 분산을 우려한 친박 세력이 물밑에서 ‘한쪽 후보 몰아주기’에 나섰다.

친박 세력의 표심은 이정현 대표의 일관된 ‘박근혜 마케팅’ 아래 결집했다. 이정현 대표와 같은 친박 후보였던 이주영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하며 “(총선 패배에) 책임 있는 인사들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자숙해야 한다”고 말해 ‘친박 색깔 지우기’에 공을 들인 반면 이정현 대표는 처음부터 끝까지 박근혜 마케팅을 고집했다. 거기다 박근혜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이정현 대표에게 표가 쏠렸다는 분석이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이 당 대표직을 차지하며 당내 주류였던 친박계의 입김은 당분간 더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12년 만에 부활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바탕으로 이전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내 경선 또한 친박계 후보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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