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이 쿠데타 진압 후 첫 정상회담 상대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선택하며 러시아를 향한 구애를 펼쳤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친러 행보는 ‘1인 지배체제’ 구축 후 관계가 껄끄러워진 유럽연합(EU)의 분위기를 떠보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터키 전투기가 러시아 전폭기를 격추시긴 뒤 양국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은 지 8개월여 만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양국의 협력이 많은 역내 문제 해결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면서 러시아와의 협력 관계 회복에 대한 기대를 표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은 표면적으로 가스관 건설사업인 ‘터키스트림 프로젝트’와 터키 내 아쿠유 원전 건설 협상 재개 등 다양한 경제협력 방안 및 외교관계 복원을 논의했다.
또 일부 외신에서는 두 정상이 EU와의 관계설정 등 정치·외교적으로 더 긴밀한 주제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타스통신과의 단독인터뷰에서 “우리는 1963년부터 EU에 가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지만 벌써 53년이나 흘렀다. 300만명이 넘는 난민이 터키로 들어와 200억달러가 넘는 비용을 터키가 모두 지불했지만 유럽으로부터의 도움은 없었다”며 EU와의 난민협정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EU를 완전히 버리고 러시아를 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은 EU 외 새로운 카드를 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일종의 ‘떠보기’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영국 정치컨설팅업체인 테네오 인텔리전스의 울팡고 피콜리 상무는 CNBC에 “러시아와 터키의 결합은 터키와 서방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우려를 키우겠지만 터키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탈퇴 등 최악의 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