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통령에 맞서면 여당의원 자격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가 10일 청와대에 대립각을 세우는 비박계를 향해 “대통령과 맞서고 정부에 맞서는 게 마치 정의이고 그게 다인 것처럼 인식한다면 여당 소속 의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경고했다.

지난 9일 새누리당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이정현 대표는 이날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과 만나 “여당이 야당과 똑같이 대통령과 정부를 대한다면 여당의 본분과 지위·신분을 포기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재원 수석이 박 대통령의 축하 난을 전달하러 온 만큼 이정현 대표 자신의 당청관계에 대한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전대 경선 기간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비박계 인사들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비판한 데 대한 불쾌감을 나타낸 것과 동시에 당청관계에 대해서도 친박계와 뜻을 같이해야 한다며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현 대표는 김재원 수석에게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과 언제든지 소통하겠지만 많은 사안에 대해서는 김재원 수석을 귀찮게 하겠다”고 말하자 김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도 된다. 이정현 대표가 당선된 것은 잠자는 호랑이의 입을 벌려 생이빨 두 개를 뽑아오는 것보다 더 힘들고 위험한 일이었다”고 화답했다.



이정현 대표는 이날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종인 대표는 취임 인사차 찾은 이정현 대표를 맞이하며 “여소야대를 극복하려면 여당이 다소 양보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이정현 대표는 이에 “먹고사는 문제는 여야가 우선으로 다루고 쟁점이 되는 정치적인 문제는 충분히 대화하자”고 답했다.

두 대표는 최근 문제가 된 전기요금 누진제에 대한 의견도 나눴다. 김종인 대표는 “우리나라 전기요금제도는 개발시대에 만들어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전기요금 체제를 바꿀 때가 됐다”며 “정치적으로 국민들의 마음을 살펴 이정현 대표가 용단을 내려 해결해달라”고 압박했다. 이정현 대표는 “조만간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겠다. 정부에서 어떤 애로가 있는지 들어보고 누진제를 완화할 여력이 있는지도 들어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류호·박형윤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