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달 하나에 최대 2,690억. 리우올림픽이 엿새째 접어들었다. 금빛 낭보에 대한민국이 들뜬 마음으로 잠을 설치고 있는 지금, 메달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 분석한 보고서가 뒤늦게 눈길을 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림픽 메달 하나에 걸린 경제적 가치는 최소 1,950억에서 최대 2,690억에 달한다. 이 중 공중파 방송3사의 경기 중계시간 동안 기업이 노출됨으로써 발생하는 이미지 제고의 가치는 120억~200억으로 전망된다. 메달 1개당 프로그램 광고비와 간접 광고비의 합산 금액이 100억으로 추산된 것과 비교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1.2~2배가량 매출 증가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올림픽 스타의 탄생과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기대하지 않았던 종목의 선수가 스타가 될 경우 그 감동은 배가 된다. 후원기업 입장에서는 잭팟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KB금융이다. KB금융은 ‘피겨여왕’ 김연아가 무명이었던 고등학교 때부터 후원을 시작했다. 2006년 당시 피겨스케이팅은 한국에서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영역이었다. 5년에 걸친 후원 끝에 김연아는 2010년 벤쿠버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여자피겨스케이팅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KB금융은 김연아가 큰 주목을 받지 못하던 시절부터 후원해왔다는 사실 덕분에 벤쿠버 금메달 획득 시점을 기준으로 약 45일만에 주가가 18.5%가량 급등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추산한 이 금메달의 가치는 약 5조2,350억원이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엄청난 금액. 딱 떨어지는 숫자가 한눈에 들어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사에 눈길이 가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선수나 메달의 경제적 가치를 운운하는 게 삭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 때문. ‘돈으로 환산이 불가능하다’고 하면서도 그들의 땀방울에 값을 매긴다는 행위 자체가 모순적이다. 슬며시 반발심이 인다. 냉정한 현실이 야속하다는 마음도 든다. 스포트라이트는 철저히 빈익빈 부익부다. 너나 할 것 없이 ‘메달을 따지 못해도 선수들 모두 승리한 것’이라는 교훈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지만 결국 관심을 받는 선수는 한정되어 있다. 국가대표로 출전했지만 일반인은 이름조차 잘 알지 못하는 선수들이 한 무더기다. 메달 기대주가 아니었던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이 눈에 띄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깜짝 성적이라는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만 하니까. 덩달아 깜짝 놀란 언론이 훈련과정에 얽힌 사연부터 가슴 뭉클한 이야기까지 발굴하게끔 하려면 말이다. 사실 깜짝 성적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관심과는 거리가 멀었던 선수에게 최상의 지원이 이뤄졌기는 더 어렵지 않겠나.
올림픽은 승패가 분명하다. 올라가는 사람이 있으면 떨어지는 사람이 있다. 어깨동무를 한 채 모두가 승리할 수는 없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라는 걸 너무 잘 안다. 하지만 동시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축제이기를 바란다. 매일같이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을 해온 이들에게 ‘예상외로 부진하다’ 또는 ‘무너졌다’는 표현을 써가며 독한 말들을 쏟아내지 않기를 바란다. 태극마크를 달았다고 해서 관전하는 이들의 기대보다 성적이 못미쳤다고 해서 상처받아도 좋다는 뜻은 아니니까. 격하게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 보다는 격려하며 함께 다음을 기약하는 게 낫지 않나. 누구보다 속상한 건 직접 경기에 출전했던 선수일 테니 말이다.
마무리 멘트로 몇년 전 광고계를 들썩이게 만든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카피를 바꿔서 써볼까 한다. ‘열심히 훈련한 당신, 즐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