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남서부 지역 유명 관광지와 관공서 등을 겨냥한 10건의 폭발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테러로 추정되는 이번 연쇄 폭발사건으로 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 태국 정부는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한 국체 테러단체가 관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으나 일각에서는 분리독립을 주장해 온 태국 남부의 무슬림 무장단체 소행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2일 현지 언론과 경찰 등에 따르면 태국 남서부 프라추압 키리칸주의 유명 관광지인 후아힌에서는 전날 밤과 이날 아침 2차례 연쇄 폭발이 발생했다. 전날 밤 10시께 관광객이 주로 찾는 시장에서 2개의 폭탄이 30분 간격으로 터졌고 이날 오전 또다시 연쇄 폭발이 있었다. 술집 앞 화분과 쓰레기통 등에 숨겨져 있던 폭탄이 터지면서 후아힌에서만 2명이 목숨을 잃었고 20여 명이 부상했다.
남서부의 유명 휴양지 푸켓의 빠똥 해변에서도 2차례 폭발이 발생했으며 수랏타니주와 트랑주에서도 경찰서 등을 겨냥한 폭탄이 각각 2차례 터지면서 2명이 목숨을 잃고 20여 명이 다쳤다. 유명 휴양지가 공격 대상이 된 만큼 부상자 중에는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국, 호주 등 국적의 외국인들도 다수 포함됐다. 한국인 피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한 푸켓에서는 폭발하지 않은 사제폭탄도 발견됐으며 인근 팡아 섬과 끄라비 등지에서는 폭발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화재도 잇따랐다.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테러 세력을 특정하지 못한 태국 정부는 다만 이번 연쇄 폭발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와는 무관하다는 점만 밝혔다. 피야판드 핑무앙 태국 경찰청 부청장은 “지금까지 수사결과 지역 조직이 벌인 것으로 추정되며 국제 테러조직과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지 테러 전문가들은 폭발이 말레이시아와 국경을 마주한 남서부 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에 주목하며 분리독립을 위해 유혈 테러를 일삼아 온 현지 이슬람 무장세력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지 테러 전문가인 폴 체임버스는 “범인은 대부분 남부지역에서 정부군과 싸우는 말레이계 무슬림들일 것”이라며 “왕가의 휴양지인 후아힌은 노린 것은 왕실을 직접적으로 모욕하기 위한 것이다. 폭발이 일어난 시점도 왕비의 생일”이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테러 전문가인 자차리 아부잔도 “태국 남부의 테러 세력은 최근 몇 년 간 조직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이런 일을 꾸민 적이 없거나 그럴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며 “누가 그랬든 이는 태국 군부정권의 취약점인 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