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 굴지의 벤처캐피탈인 클라이너 퍼킨스에서 7년을 근무한 엘렌 파오는 상사들이 자신에게는 승진 기회를 주지 않고, 능력이 모자란 사람들을 승진시킨다고 느꼈다. 그래서 2012년 성차별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소송에서 승소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재판을 통해 관련업계의 다양성 경시 문화와 성희롱 문제가 사회적으로 이슈화되는 계기가 됐다.
이후 그녀는 자신과 유사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대변인이 됐다. 실리콘 밸리를 비롯해 세상 모든 곳에서 차별 없는 직장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 재판으로 인해 직장 내 성차별과 성희롱을 겪는 여성들, 그리고 유색인종 직원들에게 분명히 전달된 것이 있습니다. 그들의 당한 처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들 모두 동일한 편견과 불공평한 임금, 다른 사람들보다 적은 기회에 노출돼 있다는 게 그것입니다. 이 재판이 새로운 문제를 들춰낸 것은 아니어도 공개적으로 말하기 불편했던 문제를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 것은 확실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사무실로 쫓겨나거나 상사에게 찍히거나 승진이 유보되는 등의 경험을 제가 토로합니다. 그건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내용들이에요.
저는 이 분야의 일을 하면서 오히려 신생기업들이 직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차별 없는 대우를 해나가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들은 여성과 유색인종, 타문화권 사람들의 채용 비율을 늘리고 있죠.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으로 경제적 요소와 유관합니다. 맥킨지 앤 컴퍼니의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폭넓은 다양성을 인정할 때 경제적 효과가 35%나 신장된다고 합니다.
이를 위해 기업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매우 다양해요. 직무와 관련된 사항 외에는 다른 것을 묻지 않는 이력서, 여성과 유색인종 인재가 사내 추천으로 채용됐을 때 추천인에 대한 보너스 지급, 지원자에 대한 어떤 정보도 알지 못한 채 진행되는 면접이 그 실례입니다. 저는 앞으로 10년 내에 다양성과 평등이 구현되는 직장을 만들고, 경영자에게 더 큰 이익을 가져다줄 여러 기술과 법제도가 만들어지리라 확신합니다.
기술 업계는 우리 생각만큼 빨리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업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다른 업계에서도 가능합니다. 다만 신세대는 구세대에 비해 유리 천정을 더 강하게 인식하고 있어요. 그들은 알 것을 다 아는 상태에서 취업을 하죠.
이 같은 신세대 직원들의 상당수는 여성과 유색인종, 그밖의 군소집단 출신자들로 이뤄져 있어요. 이들은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성공을 이룰 가능성이 있고, 적절한 지원이 주어지면 더 큰 성공을 거둘 자질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들이 더 이른 나이에 성공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다면 우리 사회 전체에 큰 교훈이 될 것입니다.”
36%
2016년의 한 연구에서 밝혀진 이력서에 백인 행세를 하는 흑인과 아시아인의 비율.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by MATT GI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