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개최했지만 중진의원 21명 가운데 8명만 참석했다. 중진 가운데 핵심이자 계파를 대표하는 서청원·최경환·김무성·유승민 의원 모두 불참했다. 이날 참석한 중진은 5선의 심재철·정갑윤 의원, 4선의 나경원·정우택·신상진·강길부·김재경·조경태 의원 등 8명이 전부였다.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휴가차 강원도에 머물고 있다는 이유로, 친박계 실세인 최경환 의원은 외부 일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했다. 비박계 맏형인 김무성 전 대표는 전국 민생탐방으로 지역을 돌고 있고 유승민 의원도 개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 대표와 계파가 같은 친박계 인사인 원유철·홍문종·유기준 의원 역시 불참했다. 8·9 전당대회에서 이정현 대표와 막판까지 경쟁했던 5선의 이주영·정병국 의원과 4선의 주호영·한선교 의원 모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당 안팎에서는 선수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 대표가 중진까지 당을 완전히 장악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날 회의는 이 대표가 직접 주재했지만 그동안 새누리당이 보여온 선수체계도 완전히 역전됐다. 기존에는 선수가 높은 고참이 당 대표가 돼 회의를 주재했지만 이번에 참석 대상자는 4선 이상 중진의원인 반면 3선인 이 대표가 회의를 주도하는 모양새가 됐다. 선수에 따른 위계질서가 강한 보수정당으로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이 대표는 대표 주재 모든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깨고 이날 회의는 50분 모두 공개했다. 대신 회의 명칭을 기존 중진연석회의 대신 중진연석간담회로 바꾸겠다며 모임의 성격을 낮췄다.
이 대표는 취임 이후 보여온 파격 행보를 이날도 이어갔다. 이 대표는 이날 원외당협위원장회의에서 “우리 당원이 자부심과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청와대에 와서 대통령을 뵙고 말씀을 듣고 식사할 수 있도록 건의를 올렸다”며 “이 부분은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조직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민심을 되돌리는 디딤돌로 삼겠다는 이 대표의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