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에너지 신산업 전쟁] 전력정책 '저비용 → 친환경' 대혁신...전기차 등 과감하게 투자를

<5·끝> 에너지산업 육성, 문제는 정책

싼값·안정성 치중하다 신재생에너지산업 뒤처져

가격·시장 규제 풀어야 융복합비즈니스 모델 가능

정권마다 바뀌는 정책 벗어나 일관된 지원 펼쳐야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태양광 회사 솔라시티와의 합병 계획을 밝히며 “세계에 자동차 회사는 충분히 많다. 우리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회사(sustainable energy company)”라고 강조했다. 테슬라가 기존 개념의 자동차 업체가 아닌 신재생에너지 발전·저장 및 이를 이용한 운송을 아우르는 ‘신개념 에너지 회사’임을 천명한 것이다. 머스크가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다. 테슬라의 거대한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는 네바다 주정부로부터 13억달러(약 1조4,500억원)의 세제 지원을 받았으며 솔라시티 역시 미국 연방 및 주정부의 공격적인 태양광 발전 보조금 제도 덕에 급성장할 수 있었다.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 기업과 이를 뒷받침하는 각국 정부의 시너지가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에너지 신산업의 급성장을 이끌고 있다.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조치 시행시기가 오는 2020년으로 다가오자 주요국뿐 아니라 신흥국 정부도 에너지 정책의 변화를 꾀하고 이는 테슬라와 같은 에너지 신산업 기반 제조업체들이 급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반면 국내 에너지 신산업은 아직도 초기 단계다. 에너지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 시장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규제 완화 및 지원 정책 역시 소극적이거나 일관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급한 에너지정책 ‘대전환’=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신산업 육성을 위해서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동안 국내 전력정책의 우선순위는 저렴한 비용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것이었다. 환경, 국민 수용성, 신산업 가능성 등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발전단가가 낮은 석탄화력과 원자력발전 비중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이유다.


덕분에 소비자와 기업들은 외국에 비해 싸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 변화에 뒤처졌다. 이는 에너지 신산업의 바로미터인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과 전기차 생산 및 보급률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전력정책의 변화를 추진하는 상황에도 우리는 값싸게 안정적으로만 전기를 공급하는 데 초점을 맞춘 1980년대 정책프레임을 고수하고 있다”며 “현 전력정책으로는 새로운 시장 창출도, 기술개발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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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부터 논의가 본격화되는 제8차 전력수급계획과 내년부터 검토에 들어갈 3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이 에너지 정책 전환점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존 국가 에너지 계획 및 전력수급계획으로는 한국이 신기후체제 이행을 위해 제시한 목표(2030년까지 배출예정량의 37% 감축)를 달성하기 어림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희집 에너지신사업추진협의회 위원장은 “화석연료와 원자력발전 용량은 기존에 추진해온 발전소 외에 추가하지 말아야 한다”며 “앞으로 늘어나는 전력수요는 모두 친환경 발전으로 공급하겠다는 혁신적인 에너지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력 가격 및 판매와 관련한 규제 역시 다양한 에너지 신산업이 꽃피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실장은 “현재 가격 통제 및 시장진입 관련 규제는 민간 기업들이 에너지 신산업에서 자생력을 갖는 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며 “시장의 가격기능을 활성화하고 독점 구조를 탈피하는 한편으로 에너지 관련 정보 개방을 통해 다양한 에너지 융복합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있도록 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도 한경면 용당리에 위치한 한경풍력발전소에서 거대한 발전기들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제주도 한경면 용당리에 위치한 한경풍력발전소에서 거대한 발전기들이 힘차게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과감하고 일관된 지원으로 에너지 신산업 키워야=에너지 산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의 모호성과 일관성 부재 역시 문제다. 에너지 관련 분야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노력은 이명박(MB) 정부부터 일찌감치 시작됐다. MB정부가 ‘녹색성장’을 기치로 내걸고 관련 위원회와 청와대 기획관까지 뒀지만 실질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이 바뀌자 에너지 정책에서 ‘녹색’이라는 말이 싹 사라졌다. 현 정부에서는 창조경제라는 큰 틀 아래 에너지 신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분야가 광범위해 정책수단을 집중시킬 수 없다. 선택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전기차다. 전기차는 에너지 신산업 분야의 대표주자로 각국 정부와 주요 글로벌 IT,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기차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관련 정책 중 기술개발 지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운행 규제 등은 국토교통부, 보조금 등 보급정책은 환경부 등으로 분산돼 정책의 일관성과 힘이 떨어진다. 보조금 정책만 하더라도 정부는 올해 전기차 보조금을 지난해 1,5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내렸다가 전기차가 안 팔리자 다시 1,400만원으로 올렸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이 언제 어떻게 또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선뜻 구매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은 “컨트롤타워를 만들어 전기차 시장의 ‘패스트팔로어’가 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해외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까지 중국과 미국산 전기차가 점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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