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 생산에도 경쟁 체제가 도입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순 다산기공을 총기를 생산할 방위산업업체로 신규 지정해 국내 총기 제조사가 두 곳으로 늘어났다. 다산기공은 완성 총기류와 총기 부품, 자동차 부품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생산 총기는 전량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다산기공의 주력 생산품은 M-16 소총 시리즈의 원형인 AR-15 소총의 각종 파생형과 AK-47 소총, M-1911 권총 등이다. 최근에는 차기 경기관총 입찰 경쟁에도 참여했으나 기존 총기 제작사인 S&T모티브에 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산기공은 “전 세계의 어떤 총기라도 제작할 기술을 갖고 있다”며 “최근 정밀기기를 중심으로 설비를 크게 늘려 군의 요구가 있을 경우 양질의 제품을 납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산기공이 군에 납품할 수 있는 총기류는 K1·K1A·K2·K2C1 소총과 K3 경기관총이다. 그러나 다산기공이 새로운 물량을 따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군의 수요가 오는 2017년 이후에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군은 올해 말까지 K2C1 소총 6만정을 구매할 예정이나 2017년 이후에는 소총 구매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군은 예비군용을 포함해 국내 소총 수요를 충족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S&T모티브와 신규 업체인 다산기공 간의 경쟁은 2022년으로 예정된 차기 소총 입찰 이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다산기공 측은 “이미 한국군용 차기 소총 개발에 착수했다”며 “세계 최고의 명총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S&T모티브는 “가뜩이나 물량이 사라지는 판에 경쟁 체제까지 도입돼 생사의 기로를 맞고 있다”는 입장을 토로했다. S&T모티브 측은 “군의 소총 주문 감소로 고용 유지를 위한 비상경영 상태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이번 신규 업체 지정으로 공장 가동이 더 어려워지고 문을 닫을 판”이라고 밝혔다.
방위사업청은 이에 대해 “‘일물자 다업체 조달 제도’ 확대에 대한 원칙이 확고하다”고 밝혔다. 방사청 관계자는 “보호 육성 위주로 펼쳐온 방산정책이 지난 2008년 전문화·계열화 제도 폐지를 계기로 방향이 전환된 이래 대규모 재원이 투입되지 않는 방산물자는 복수의 업체를 지정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15년 감사원의 방사청에 대한 정기감사가 경쟁 체제 도입을 더욱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방산업체들이 독점에 안주해 국내 방산기술 수준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며 방사청에 시정 방안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1,300여개 방산물자 가운데 58개 품목을 복수 지정한 방사청은 올해 들어서만 소총과 단안형 야간 투시경 등 4개 품목을 추가로 지정하는 등 일물자 다업체 제도를 더욱 확대해나가고 있다. 방사청은 2015년에는 복수 품목으로 한 건도 신규 지정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화약 등에 대해서도 이 제도를 확대 적용할 방침으로 알려졌다./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