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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극복과 몸의 한계를 넘어서는 멘탈 트레이닝

사진 출처: Dodo illustration / Shutterstock사진 출처: Dodo illustration / Shutterstock




미네소타 트윈스의 이름으로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로드 커류. 첫해 신인상을 받고 다다음해 타격왕에 오른 전설적인 선수다. 왕성한 활동 중 부상을 입게 되었는데, 치료 후 몸에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인 모를 통증과 자괴감에 시달리게 된다. 자칫 단명할 수 있었던 선수 생활. 그러나 로드 커류는 ‘특별한 치료’를 통해 이를 극복하고 4할에 가까운 타율을 보이며 전성기를 누리게 된다. 소속팀 마다 자신의 등번호 29번을 영구 결번으로 남기는 영예를 얻은 타격왕의 비밀은 무엇일까.


진짜 원인을 찾아라

시작부터 잘 나가던 선수였던 로드 커류를 절망에서 구해낸 것은 다름 아닌 최면치료였다. 스포츠 최면을 통해 마음속 숨은 원인을 찾고 예전처럼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동력을 이끌어냈던 것. 로드 커류의 성공을 유심히 지켜보던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983년, 팀 전원에게 이 세션을 실시했고 그 해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이후 메이저리그에선 스포츠 최면을 효과적인 멘탈 트레이닝 기법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외국 스포츠계에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축구의 본고장인 영국에서 1932년에 창단된 위건 애슬레틱. 오랫동안 유명 선수 하나 배출하지 못했고 실력도 변변치 않았던 팀이다. 그러나 2005년, 유명한 팀들을 상대로 연승하며 구단 최초로 프리미어리그에 승격되는 이변을 낳았다. 갑작스러운 팀 실력 향상, 어떻게 가능했든 걸까. 최면치료 전문가를 코칭 스텝으로 고용하여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는 멘탈 강화 훈련을 했던 것.

농구의 신이라 불린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이런 스타 선수들 또한 스포츠 최면이라는 멘탈 비밀 병기를 가지고 있었다. 타고난 체력 조건, 강도 높은 훈련, 든든한 스폰서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스포츠는 고도의 심리전이다. 빅 매치일수록 그렇다. 숨 막히는 경기장에서, 심리적인 부담을 떨쳐버리고 경기에 집중할 때에만 승리를 획득할 수 있다.


흔히 큰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이 ‘이제 남은 것은 정신력의 싸움’이라는 말을 한다. 준비를 다 한 상태에서 남은 것은 집중력과 자신감뿐이라는 말이다. 자신감은 실력에 비례하지만, 엄청난 집중력은 승패를 좌우할 정도의 파워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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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극복도 스포츠 최면으로

“홈런을 칠 때면, 야구공이 수박만 하게 보입니다!”

야구 선수들이 홈런을 친 후, 으레 인터뷰에서 하는 말이다. 금메달을 딴 양궁선수들은, 활을 쏘는 순간 과녁이 쟁반처럼 크게 보였다고도 한다. 이런 상태를 존(Zone), 또는 최적 수행상태라고 하는데 이는 트랜스(Trans), 즉 최면 상태와 동일하다. 최면이라는 것은 달리 말해, 고도의 몰입 상태라는 것이다. 최면 세션을 통해 이러한 몰입 상태가 되면 실패의 원인을 찾는 것은 물론, 뇌의 능력을 최적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저명한 신경과학자 다마지오는 2000년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과거에 감정적인 충격을 겪었던 사건을 떠올리면 신체가 당시에 느꼈던 감각을 그대로 다시 경험한다고 밝혔다. 감정적인 충격이 몸에 저장된다는 것인데, 스포츠 최면 접근에 따르면 선수들이 경험하는 슬럼프의 원인도 대부분 감정적인 어려움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스포츠 최면 전문가인 박준화 소장(체인지 심리최면 상담센터)에 의하면, 슬럼프의 원인이 뒤처질 것에 대한 불안이나 실패에 대한 두려움 등 대부분 감정적인 문제들로 밝혀진다고 한다. 박준화 소장에 따르면 “운동하면서 몸에 쌓여온 힘든 감정들을 털어내는 멘탈 기술을 적용하면, 선수들이 더 이상 힘든 감정에 조종당하지 않고 슬럼프에서 빠르게 회복되곤 하는데, 보통은 연습량을 높이거나 자세를 바꿔보는 등 슬럼프 극복을 위해서 육체적인 노력을 하거나 한동안 운동을 쉬는 경우들도 많다.”고 한다.

원인은 반드시 있다. 슬럼프가 올 정도로 오랜 기간, 몸과 마음에 거미줄처럼 엮어 쉽게 찾아내기 어려울 뿐. 몸을 다친 부상 때문이 아니라 근육 어딘가 쌓인 감정 때문에 운동을 포기하는 선수들도 많다. 그러나 도무지 알 수 없었던 두려움과 실패의 원인을 찾아서 털어냄으로써 슬럼프에서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바로 일류 선수들이 몸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멘탈 트레이닝을 선택하는 이유일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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