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조양호 7,000억 내놓나, 법정관리냐...한진해운 운명'카운트다운'

채권단 "이번주 자구안 안내면 내주부터 채권 회수" 압박

조양호 회장, 배임 논란 등 부담 4,000억 이상 불가 고수

한진측선 선박금융 협상 봐가며 막판까지 버티기 가능성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카운트 다운’이 시작됐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이번주까지 부족자금 마련 방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한진해운은 선박 운영에 필요한 기름값도 밀리고 있다”며 “이번주에도 한진해운에서 이렇다 할 자구안을 내지 않을 경우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채권 회수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한진해운은 채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부도를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

◇조양호 회장 추가 지원 결단 내릴까=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막판 결단을 내려 7,000억원 이상의 지원책을 내놓기를 기대하고 있다. 당초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이 내년 말까지 총 1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서 용선료를 당초 목표치인 30%선까지 깎고 선박금융 상환 유예 협상이 일부라도 성공하면 부족 자금이 7,000억원 안팎으로 줄어드는 구조다. 어쨌든 한진 측이 7,000억원 이상을 책임져야 회사 운영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한진해운은 4,000억원 이상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33.23%)의 부채비율이 1,000%를 넘길 정도로 재무 구조가 좋지 않아 추가 지원 여력이 없다. 설령 여력이 있다 해도 출자전환과 대주주 감자 등을 앞둔 회사에 수천억원을 쏟아부을 경우 배임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게 한진 측의 입장이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채권단 요구안을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운 시황이 향후 2~3년간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도 조 회장이 결단을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진해운이 매출의 90% 이상을 올리고 있는 컨테이너선 시장은 최근 글로벌 해운동맹인 ‘2M’이 주도하는 치킨게임 영향으로 운임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7,000억원 이상 자금을 쏟아부어 일단 회사를 살리더라도 위기가 지속된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정관리행 따른 후폭풍 커 양측 모두 부담=문제는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쉽사리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제조업에서는 한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라도 당장 공장이 문을 닫지는 않는다. 법원 판단에 따라 부채 상환을 유예 받으면서 부활에 성공한 기업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해운업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 한진해운 선박이 들르는 전 세계 항구 곳곳에서 선박 억류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 해운 영업망의 핵심인 해운동맹에서도 자동 탈퇴가 불가피하다. 수십년간 구축해온 영업 기반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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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방 산업이라고 할 수 있는 항만업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한진해운과 동맹을 맺었던 글로벌 해운사들이 국내를 빼놓고 미주 항로 등을 재구성해 부산항이 텅 비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부도를 낼 경우 그 파장이 예상 밖으로 커질 수 있다”며 “금융당국에서도 법정관리로 보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가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경우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박금융 협상 추이 봐가며 막판까지 ‘버티기’ 가능성=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조 회장이 자율협약이 만료되는 다음달 4일까지 ‘버티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이 최소 7,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진해운은 선박금융 협상 결과 등에 따라 이 액수를 2,000억~3,000억원 이상 더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 회장이 끝내 포기를 선언할 경우 한진그룹 전반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일감 몰아주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다음달 초 고발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재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부와 한진 어느 쪽도 파국을 원치는 않을 것”이라며 “양측이 한발씩 물러나는 모양새로 최종 타협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 효과를 낼 수 있는 당근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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