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서경이 만난사람] 윤장현 광주시장 "연봉 4,000만원 '광주형 일자리' 창출...사회적 격차 줄일 것"

국내 첫 자동차 전용 산단 조성...관련사업 본궤도에

광주시 지분 투자·시민 펀드 조성해 회사 설립 참여

中·인도 등 해외 완성차 업체·부품기업 유치도 성과

“대기업이 높은 인건비 등을 이유로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광주형 일자리’는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연봉 4,000만원 정도의 임금을 보장하는 사회적 합의를 하면 기업들은 광주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사회적 격차를 줄이고 일자리가 생기면 청년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결혼도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19일 광주시청 3층 접견실에서 만난 윤장현(사진) 광주시장은 1시간 동안 이어진 인터뷰에서 ‘광주형 일자리 창출’ ‘사회적 격차 해소’ ‘청년 문제 해결’ 등에 큰 비중을 두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윤 시장은 그동안 우리를 먹여 살려온 주력산업들이 모두 흔들리고 있고 국내 투자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게 될 곳은 수도권보다 멀리 떨어진 지역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광주형 일자리라는 새로운 실험을 과감하게 추진 중인 윤 시장을 만나 그 의미와 앞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대담=한영일 사회부 차장 hanul@sedaily.com

윤 시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은 광주를 ‘자동차 100만대 생산 도시’로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사업은 최근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윤 시장은 “자동차 100만대 생산 도시 사업은 현재 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광주에서 연간 생산되는 62만대를 단순히 100만대로 높이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동차 트렌드가 화석연료 시대에서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를 친환경자동차 선도 도시로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광주시는 자동차 100만대 사업의 명칭도 내년부터 ‘친환경자동차 부품 클러스터 조성 사업’으로 바꿀 계획이다. 이 사업은 빛그린국가산업단지에 6년간 약 3,030억원을 투입해 국내 최초의 자동차 전용 국가산단을 조성, 친환경자동차 유망 부품기술개발, 선도기술지원센터, 글로벌비즈니스센터 등의 인프라를 갖춘다.

윤 시장은 “애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던 이 사업은 국내 완성차 기업과 정부의 무관심 등으로 자칫 묻힐 뻔했다”며 “지역의 취약한 산업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먹거리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장에 취임한 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제조업의 국내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회적 격차 문제도 결국은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는 윤 시장의 절박함과 간절함이 일궈낸 결과물이다.

광주 자동차 100만대 사업과 관련해 윤 시장의 구상은 한마디로 ‘기업 하기 좋은 환경’과 ‘사회적 합의를 거친 양질의 일자리’로 압축된다. 그는 “광주에서 연봉 4,000만원 정도의 사회 연대 기반의 임금체계를 구축하게 되면 기업들은 굳이 해외로 나가지 않고도 광주에서 충분히 양질의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평균 연봉 4,000만원은 한국노동연구원 조사를 통해 ‘적정한 임금’이라고 제시된 금액이다.


1차 협력업체에서 받고 있는 신입사원의 평균 임금을 고려해 책정됐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임금체계가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겠느냐’며 우려하고 있지만 윤 시장은 “광주시가 일정 지분을 투자하고 시민펀드를 조성해 회사 설립에 참여하면 이 합의가 함부로 깨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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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새로 조성하는 국내 최초의 자동차 전용 산업단지 내에 회사와 노조, 광주시와 시민 등이 참여하는 ‘제3의 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필요할 경우 시에서 투자도 하고 시민 주도의 크라우드펀딩도 해서 사회적 합의 기반의 건강한 노사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중앙정부의 문제로만 여겨왔던 노사 문제를 이제는 지역에서 해결하지 않으면 국내 기업을 유치하기 힘들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윤 시장은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고용안정과 적정 임금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겠다는 엄중한 결단이 없으면 우리 경제는 더 나아갈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국내 제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 하기 좋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고 광주시는 이를 위해 ‘사회통합추진단’을 만들어 현실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광주시는 자동차 전용 국가산단 조성과 광주형 일자리 모델, 다수의 연구원 등 인프라 구축의 강점을 살려 해외 완성차 업체와 부품 기업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에 대한 첫 결실로 3월 투자유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중국의 조이롱(九龍)자동차는 조만간 광주에 법인을 설립하고 연간 10만대 규모 전기승합차 완성차 공장을 짓는다. 또 2010년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그룹에서도 한국법인 대표가 광주시를 직접 방문하는 등 전기차 분야에서 한국 진출을 하기 위해 광주시와 우호 관계를 맺으며 투자 협의를 진행해가고 있다.

윤 시장은 “마힌드라자동차의 경우 친환경자동차에 대한 정부의 지원정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며 “지원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경우 더욱 많은 외국 기업들이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와중에 지난달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을 위해 내놓은 친환경자동차 보급(3조원), 충전 인프라 구축(7,600억원) 투자 계획은 광주시의 친환경자동차 산업이 앞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전망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또 최근 삼성그룹이 해외 자동차 부품사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장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광주시 입장에서는 다양한 유치 의지를 내보이며 내심 반기고 있다.

윤 시장은 이처럼 광주 자동차 100만대 생산 도시 조성 사업과 광주형 일자리 창출 등 모든 시정을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 우선해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하남산단에 연구개발(R&D)과 인력 양성, 고용이 함께 이뤄지는 산학융합지구를 조성해 청년 취업을 돕는 한편 최근 개관한 아이플렉스(I-PlEX) 광주에 청년창업 플랫폼도 구축해 청년창업이 한곳에서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첨단산단 내에 창업주택 100채를 지어 청년창업자에게 제공해 ‘청년창업 하면 광주가 최고’라는 환경을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그는 “가장 중요한 청년들의 일자리 확대를 위해 모든 지혜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광주형 일자리를 적용한 자동차·에너지·문화 산업 등 3대 밸리 조성을 시정 최대 목표로 도전하고 혁신하는 청년들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양성하고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시장은 “노동은 신성한 것처럼 일한 만큼 대가를 받아야 하는데 비정규직의 경우 일하고 싶어도 그런 기회마저 없는 게 안타깝다”며 “게임의 룰이 공정하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정리=김선덕기자 sdkim@sedaily.com 사진제공=광주시











광주=김선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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