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0년대 종합상사는 우리나라 수출의 역군이었다. 우리나라를 세계 8위의 무역강국으로 발돋움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종합상사는 1990년대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제조기업들이 직접 무역부서를 두고 독자적으로 해외판로를 개척해나가면서 위기를 맞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만 해도 5만개에 가까운 법인들이 새롭게 설립되는 등 창업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해외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느끼는 기업들은 여전히 종합상사의 역할을 대체할 인력들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글로벌 시장개척 전문기업(GMD)’ 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올해 처음으로 선발된 47개 GMD들은 과거 종합상사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남다른 도전의식으로 무장하고 있다. 정주호 제이제이코퍼레이션 대표는 “2006년 대학교 졸업 직후 베트남 현지에서 의료기기 수출 업무를 맡게 됐고 10년 가까이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며 의료기기를 수출했던 경험을 토대로 창업 GMD에 도전하게 됐다”며 “그동안 쉬지 않고 해외 시장개척을 위해 달려 500병상 이상의 현대식 병원 100여개가 동시에 만들어지고 있는 베트남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하고 현지 실정에 맞게 설계된 이동 진료 차량을 동남아와 중동·아프리카 등으로 보급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법인 설립을 앞둔 홍승두씨도 “제품 경쟁력은 있지만 수출 경험과 전문인력이 부족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미국연방정부 조달사업 등에 수년간 납품을 진행한 경험과 바이어와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작지만 내실 있는 해외 조달 전문업체로 성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들처럼 GMD가 되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과 역량이 필요하다. 우선 종합상사나 대기업 등 무역 관련 업무에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이 전문인력들 중 무역회사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나 업력 3년 미만의 초기 창업자가 대상이 된다. 대상 인원들은 1차 서류 평가를 한 뒤 2차로 창업 GMD 경진대회를 거쳐 최대 20명만이 선발될 수 있다. 어렵게 창업 GMD가 된 만큼 혜택도 파격적이다. 선정된 창업 GMD는 최대 3개의 중소기업과 매칭 계약을 체결해 활동을 진행하는데 이때 시장개척 비용을 지원받는다. 또 매칭한 중소기업의 특성에 맞춰 독자적으로 무역촉진단을 구성해 전시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창업 GMD 중 경진대회 성적 3위까지는 2,000만원의 시장개척 비용과 서울 강남구에 있는 팁스타운에 사무공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들은 앞으로 9월부터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중소기업 리스트를 확인해 매칭 작업에 들어가며 본격적인 수출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중소·중견기업이 독자적으로 진출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전문 GMD가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각각의 GMD는 중소·중견기업 글로벌화를 책임진다는 사명감을 갖고 해외 시장개척에 전념해주기를 바라고 중기청도 GMD 활동에 다방면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