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송&김의 컬처!걸쳐] 문화계 성별 바꾸기 바람...신선할까 식상할까

32년만의 리부트 영화 '고스트버스터즈'

男4인조서 女4인조로 변화

여자 울버린, 남자 인어 등도 예정

연극 '햄릿' 男캐릭터 여배우가 소화

참신한 발상 살리지못한

헐거운 설정에 혹평 받기도

25일 개봉하는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의 가장 큰 재미는 바뀐 성 역할을 보는 것이다. 3명의 과학자와 1명의 전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여성 4인조 ‘고스트 버스터즈’가 헐렁한 작업복을 입고 유령과 싸우는 동안 섹시한 남자 비서 케빈은 안경을 끼는 게 멋있는지 안 끼는 게 멋있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면서 웃음을 준다. /제공=UPI25일 개봉하는 영화 ‘고스트 버스터즈’의 가장 큰 재미는 바뀐 성 역할을 보는 것이다. 3명의 과학자와 1명의 전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여성 4인조 ‘고스트 버스터즈’가 헐렁한 작업복을 입고 유령과 싸우는 동안 섹시한 남자 비서 케빈은 안경을 끼는 게 멋있는지 안 끼는 게 멋있는지에 대해 깊게 고민하면서 웃음을 준다. /제공=UPI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에서 배우 김성녀(왼쪽)는 그동안 남자배우들이 맡아 온 햄릿의 친구이자 충신 호레이쇼를 연기했다. 김성녀 외에도 박정자가 오필리어의 아버지 플로어니스, 손봉숙이 햄릿의 친구 로젠크란츠 역을 맡았다./사진=신시컴퍼니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연극 ‘햄릿’에서 배우 김성녀(왼쪽)는 그동안 남자배우들이 맡아 온 햄릿의 친구이자 충신 호레이쇼를 연기했다. 김성녀 외에도 박정자가 오필리어의 아버지 플로어니스, 손봉숙이 햄릿의 친구 로젠크란츠 역을 맡았다./사진=신시컴퍼니


1984년 원작을 32년만에 리부트해 돌아온 ‘고스트버스터즈’. 갑자기 유령이 출몰하게 된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괴짜 과학자들이 뭉쳐 과학의 힘으로 유령을 소탕한다는 내용부터 먹깨비·마시멜로 맨 등의 유령 캐릭터, 심지어 음악마저 원작을 따르지만 가장 중대한 설정 하나가 달라졌으니 바로 기존의 남성 4인조 대신 여성이 나온다는 점이다. 원작의 장점은 그대로 가져가되 기존 캐릭터의 남녀 성별과 성 역할을 교체함으로써 신선함을 더하겠다는 ‘젠더 스와프(성별 바꾸기)’ 전략.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남성, 여자 슈퍼히어로를 탄생시킬 이 전략은 과연 문화계의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유행 된 젠더 스와프?


(김) 영화계는 확실히 유행이야. 특히 할리우드. ‘고스트버스터즈’ 말고도 ‘엑스맨’ 시리즈의 늑대인간 울버린을 여자로 바꾸겠다는 계획이 발표됐어. 또 인어 아가씨의 사랑을 그렸던 영화 ‘스플래시(1984)’도 근육질 매력남 채닝 테이텀을 인어로 리메이크가 제작된대.

(송) 최근 연극 ‘햄릿’에서 그동안 남자 배우들이 해왔던 몇몇 캐릭터를 여배우가 연기했어. 박정자가 오필리어의 아버지 플로니어스, 김성녀와 손봉숙이 각각 햄릿의 친구인 호레이쇼·로젠크란츠 역을 맡은 건데. 동작과 말투는 여전히 남성스러워서 완전한 젠더 스와프는 아니었어. 뮤지컬 ‘페스트’도 알베르 카뮈의 원작 소설에서는 고민하는 남자 캐릭터였던 지식인 타루를 통통 튀는 여성 식물학자로 바꾸었고.

■왜일까?

(송) 공연의 경우 젠더 스와프 이전에 ‘남자 배우의 여장’이 한동안 유행이었어. 트렌스젠더 록커의 삶을 그린 ‘헤드윅’이 꾸준히 인기를 끌었고, 드랙퀸(여장 남자)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프리실라’, ‘킹키부츠’ 등도 화제를 모았어. 매년 수많은 신작과 재연작이 경쟁하는 공연 시장에서 새로운 스토리·설정에 대한 관객의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어. ‘차별화된 무엇’이 없다면 대중의 이목을 끌 수 없는 거지.


(김) 작품 흥행에 있어 여자 관객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의미도 있을 것 같아. 실제 공연계는 여성 관객 비율이 70%에 이르는데다 영화도 핵심 고객층은 젊은 여성 비율이 높거든. 메인 고객이 원하는걸 발빠르게 포착해야 흥행할 수 있지 않겠어? 연출자, 작가 등 ‘문화를 만드는 영역’에 여성 진출이 늘어난 것도 이유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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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신한 듯 뻔한 듯?

(김) 내가 여자라 그런가. 참신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어. 성별만 바꿨는데 분위기나 톤이 확 달라져서 재밌더라고. 일례로 ‘고스트버스터즈’에는 천둥의 신 토르로 유명한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가 무능하지만 섹시한 금발 비서로 나오거든. 잘생긴 것만 믿고 일을 하나도 안 하는데 주인공 여성들이 싫은 소리 한마디 않고 애지중지해. 남녀만 바꾸면 현실에서 많이 보던 장면이잖아. 전복적 쾌감을 느껴. 물론 반복되면 질리겠지만.

(송) 참신한 발상에 기대했다가 헐거운 설정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어. 뮤지컬 ‘페스트’ 속 타루의 경우 ‘주인공인 의사 리유를 행동하게 하는 인물’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그저 러브라인을 위한 의미 없는 성별 바꾸기였다는 평가를 받았지. 원작의 남자 타루가 보여줬던 진지한 고민은 사라졌다는 지적도

뮤지컬 ‘페스트’는 원작 소설의 남자 캐릭터인 ‘타루’를 여성 식물학자로 바꾸어 변화를 줬지만, ‘남자 주인공과의 러브스토리 외엔 캐릭터 변경의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사진=스포트라이트뮤지컬 ‘페스트’는 원작 소설의 남자 캐릭터인 ‘타루’를 여성 식물학자로 바꾸어 변화를 줬지만, ‘남자 주인공과의 러브스토리 외엔 캐릭터 변경의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사진=스포트라이트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김) 흥행하면 계속 가는 거지 뭐. 근데 우리나라는 여자 영화가 흥행이 잘 안되는 편이라서 이런 시도를 하기까지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나마 나오는 여자 캐릭터들마저 대부분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모습으로만 그려지니…. 일단 우리 사회가 먼저 바뀌어야 하는 건가 싶어.

(송) ‘표 좀 팔린다’ 하는 공연 대부분은 남자 배우 멀티캐스팅 작품이야. 여자 배역을 남자가 하는 거면 모를까 반대의 경우는 제작사 입장에서도 모험일 듯. 해외에선 여자 ‘햄릿’도 많다던데, 어디까지나 외국 이야기라는 게 아쉬워.

/송주희·김경미기자 ssong@sedaily.com

김경미·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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