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레임덕 + 巨野 + 약체 경제팀' 최악 조합...경제정책 길을 잃다

靑, 민정수석 스캔들에 힘쏟느라 구심점 역할 못해

여소야대 벽 막힌 유일호경제팀도 제목소리 실종

추경·예산안·세제등 경기 부양카드 추동력 잃어

내년말 대선까지 정치이슈에 경제정책 함몰 우려

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당정청 어느 한 곳도 책임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안종범(왼쪽부터)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겸 원내대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나라 안팎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당정청 어느 한 곳도 책임 있는 구심점 역할을 해내지 못하면서 한국 경제가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안종범(왼쪽부터)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겸 원내대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지난 22일 오후6시,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획재정부가 있는 정부세종청사 4동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이 하반기 경제정책의 가장 기본적인 뼈대인데 계획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며 “사실상 정권 후반기에는 아무 정책도 내놓지 말라는 뜻 아니냐”고 어이없어 했다.

정권 말 레임덕(권력 누수), 거대 야당, 무기력한 경제팀이라는 최악의 ‘3박자’로 인해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시기에 중심을 잡아줘야 할 경제정책이 길을 잃었다.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노동개혁 5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발전기본법, 규제개혁특별법 등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은 완전히 추동력을 잃었다. 일본·중국 등 경쟁국이 안정적인 정치적 기반으로 산업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우리는 내년 말 대선까지 1년 넘게 정치 이슈에만 함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반기 경제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정부의 추경안은 국회에서 무산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당초 여야는 22일 추경안 통과에 합의했지만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채택 문제를 놓고 충돌하며 처리시한을 넘겼다. 추후 일정도 잡지 못했다. 이에 따라 조선업 실업자를 구제하기 위한 재정투입과 중소 조선사의 일감을 주기 위한 사업도 불투명해졌고 1조원 규모의 수출입은행 자본확충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경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역할도 미미하다. 유 경제부총리는 국회의원 출신이지만 정치권의 벽 앞에서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23일에는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종과 화상으로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해 “추경 통과가 안 돼 답답하고 안타까움을 넘어 비통한 심정”이라고 말했지만 그뿐이었다. 기업 구조조정에 이어 추경에서조차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부총리에 대한 시선도 갈수록 따가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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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와 정부가 중심을 못 잡는 데는 청와대의 책임도 크다. 정권 후반기 레임덕 국면에 진입한데다 우병우 민정수석 스캔들에 집중하느라 경제정책 추진의 구심점 역할을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경제연구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사정 정국과 정국 주도권에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경제 문제가 눈에 들어오겠나. 순위가 밀려도 한참 밀려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레임덕, 거야(巨野), 무기력한 경제팀이 낳을 파장이 이제 시작이라는 점이다. 당장 정부가 경기를 살릴 수 있는 카드인 재정(예산)과 세금 역시 국회를 통과해야 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기재부 예산실의 고위관계자는 “4·13 총선 결과가 나온 날 내년도 예산은 법정기한인 12월2일을 넘어 12월31일, 나아가 내년 1월1일 새벽에나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일찌감치 마음을 다잡았다”고 말했다. 예산안은 2014년 말 12년 만에 법정시한 내에 통과되고 지난해도 사실상 시한 내 통과(12월3일 새벽)됐지만 3년 만에 기한을 넘길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세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초 이례적으로 발표한 자체 세법개정안에서 정부와 정반대의 법인세율 인상, 고소득자 세율 인상 등을 담아 정부 세법개정안 통과의 난항을 예고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본부장은 “3당 체제가 구축되면서 내년 대선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더라도 야당이 두 개가 생기게 될 것”이라며 “향후 몇 년이 한국 경제에 중대한 시기가 될 텐데 내년 대선까지는 물론 이후에도 정책을 펴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의 전직 경제연구원장은 “우리 경제는 모든 정책을 원점에서 다시 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지만 기초적인 노동개혁법도 통과가 난망한 실정”이라며 “경제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 자체를 버린 상황”이라고 자조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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