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한반도를 강타한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생활의 불편을 넘어 농어업·환경·국민건강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전국의 논밭이 가뭄으로 타 들어가 수확철을 앞두고 농가에 비상이 걸렸고 수온상승으로 녹조 확산과 함께 물고기들이 집단 폐사해 양식업계에도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고온현상이 지속돼 음식물 세균 번식이 빨라지면서 서울·부산 등 각급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잇따르고 잊힌 전염병인 콜레라까지 다시 발병해 보건안전에도 비상이 걸렸다. ★관련기사 2면
20일 넘게 지속된 찜통더위가 일상생활을 넘어 산업·건강에까지 전방위적으로 피해를 주면서 사실상 재난 수준으로 악화됐지만 정부의 예측과 대응 시스템은 허술하기만 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전기료 폭탄’ 파동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정부가 재난 수준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심각해진 뒤 나서는 ‘뒷북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선제 예방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확한 예측이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기상청은 최근 폭염과 관련해 잇단 ‘양치기 예보’로 ‘오보청’으로 전락했다. 온도·강수량·미세먼지 등의 기상예보 중 그나마 예측 난도가 낮은 게 온도지만 이마저 제대로 관측하지 못한 것이다. 매달 가뭄 예보와 경보를 발표하는 국민안전처도 지난 9일 “이달에 가뭄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농촌의 실상은 딴판이다. 기상청의 잘못된 예측정보로 가뭄을 재난 수준에서 관리하겠다는 정부 시스템도 무용지물이 되고 만 것이다.
기상청은 세계적으로 가장 정확하다는 영국의 수치예보 모델을 도입하고 530억원을 들여 슈퍼컴퓨터 4호기를 가동하고 있지만 하드웨어만 멀쩡할 뿐이다. 정작 이를 쓰는 소프트웨어인 예보관의 역량, 즉 사람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몇십년 후에는 홍수와 가뭄이 반복되고 물 부족도 한층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 관리와 가뭄 등의 예방에서 대책까지 컨트롤타워 아래 체계적인 대응 시스템이 요구되는 이유다. 일례로 미국은 가뭄을 기후변화 문제의 하나로 인식하고 2013년부터 통합 대응태세를 강화했다. 대응 위주의 전략에서 예방 및 적응으로 전환한 것이 핵심이다. 국가가뭄정책법을 통해 연방정부·주정부·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지역 기관의 정보 교환, 가뭄경보 시스템 도입, 가뭄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등을 추진했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역량 있는 연구관 양성과 메커니즘 이해같이 기상예보를 위한 소프트웨어에 집중 투자하고 기후변화 대응 연구도 본격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황정원기자 ·박진용기자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