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T는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폐경기 여성의 호르몬 수치를 끌어올림으로써 안면홍조, 편두통, 수면 장애, 우울증 등 폐경기 여성들의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 요법이다.
HRT가 암 발생 확률을 높이는 지는 지난 10여 년간 의학계에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었다. 지난 2002년에 HRT가 암 발생 확률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영국에서 발표돼 많은 의사들이 폐경기 여성들을 대상으로 HRT를 조심스럽게 처방하기 시작했고, 영국 의약품 및 건강보조품 조사국도 ‘여성들에게 최소한의 기간 동안 최소한의 HRT를 처방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 발표된 임페리얼 대학과 뉴욕대학교의 연구 결과는 HRT와 암 발생 확률 사이에 연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해 의학계의 논쟁과 혼란이 가중됐다. 지난해에는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소가 백만 명에 가까운 폐경기 여성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지 못하다며 HRT를 권장하는 내용의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23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영국 암 연구소와 영국의 자선단체 ‘유방암 현세대 연구’는 지금까지의 논쟁을 끝낼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HRT가 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는 에스트로겐(여성호르몬)제와 황체 호르몬제(월경을 조절하는 스테로이드 약제)를 5년 가량 복용한 10만 명의 40대 이상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연구 결과, 두 가지 호르몬제를 복용한 여성들이 암에 걸릴 확률이 둘 다 복용하지 않거나 하나만 복용한 여성들에 비해 2.7배가 높았다. 두 가지 호르몬제를 15년 이상 복용한 여성들의 암 발생 확률은 3.3배까지 높아졌다.
또 현재는 50대 여성 1,000명 중 14명 꼴로 유방암에 걸린다고 알려져 있는데, 두 가지 호르몬제를 함께 복용했을 경우 1,000명 중 34명 꼴로 유방암에 걸린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영국 암 연구소의 앤서니 스워들로 교수는 “우리의 연구는 이전의 연구들이 에스트로겐제와 황체 호르몬제를 처방하는 결합된 형태의 HRT가 유방암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우리는 결합된 형태의 HRT를 얼마나 오래 받아왔는지에 따라 유방암 발생 확률을 세 배까지 높인다”고 밝혔다. 또 “우리의 발견은 여성들이 HRT의 잠재적인 위험성과 장점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갖고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연구의 목적을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HRT가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생각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립보건임상연구소의 마크 베이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결합된 형태의 HRT는 유방암 발생 확률을 높이지만, 에스트로겐제만 복용하는 HRT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며 “폐경 증상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HRT 실시 여부를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또 ‘유방암 현세대 연구’의 대표 바로네스 델리스 모건은 “오히려 HRT가 꼭 필요한 여성도 있을 수 있다”며 “유방암 발생 확률을 낮추기 위해,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양만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준인턴기자 gogunda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