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결혼한 마이 미란(33·베트남)씨는 최근 아이의 여권을 만들기 위해 구청을 방문했다. 구청 공무원은 마이씨의 이름이 주민등록등본에 기재돼 있지 않아 보호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며 여권 신청을 거부했다.
베트남 출신인 윤민아(24)씨는 등본 문제 때문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윤씨는 “등본에 내 이름이 없어 우리 아이가 한부모가정의 자녀로 오해받는 게 싫어 귀화했다”고 말했다. 윤씨는 등·초본에 올라갔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조국이자 친정인 베트남을 외국인 신분으로 방문해야 하는 씁쓸함도 있다.
우리나라 결혼이민자는 지난 2015년 기준으로 30만명을 넘어섰고 결혼에 따른 다문화가족 구성원 수는 90만명에 이르렀다.
정부가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가족임을 증명하는 주민등록 등·초본에 결혼이민자는 아예 기재가 안 돼 행정적 차별이라는 지적과 함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은 국내에 거주하더라도 등·초본에 실리지 않아 그 자녀들은 등·초본을 제출할 때 한부모가정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또 배우자는 이혼 또는 별거하는 것으로 보여 각종 불편도 뒤따른다.
혼인신고를 한 외국인 배우자가 등·초본에 실리지 않는 것은 주민등록법 때문이다. 주민등록법 제6조는 ‘시장·군수는 30일 이상 관할구역에 거주하는 사람은 등록을 해야 하고 외국인은 예외로 한다’고 돼 있다.
결혼이민자를 등·초본에 기재하려면 주민센터(동사무소)를 직접 방문해 이름을 넣어달라고 요청하는 방법이 있지만 이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외국인 배우자 이름은 가족들이 실리는 곳이 아닌 맨 아래 알아보기 어려운 곳에 기재된다. 특히 인터넷으로 집에서 등본을 발급받으면 이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은 등·초본 미기재에 따른 불필요한 오해·불편함과 함께 여전히 이방인 취급을 받는다는 상실감도 호소하고 있다.행정자치부는 다문화가정의 등본 기재 문제에 대한 불만을 지켜본 뒤 개선책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 서 있다. 행자부 관계자는 “주민등록법 개정 논의가 당장은 없지만 당사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면 제도 개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