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는 사람을 흉내내는 차원을 넘어 상자 밖에서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바둑에 국한됐지만 다른 분야로 확대하면 충분히 인간을 따라올 수 있습니다.”(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
“인공지능(AI)은 언어와 수학에는 강하지만, 인간의 창의력이나 직관을 따라올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약한 AI도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는 있겠죠.”(임창환 한양대 전기생체공학과 교수)
인터파크 카오스재단이 지난 26일 서울 중국 한남동 블루스퀘어 주최한 ‘제 9회 카오스콘서트’ 에서는 AI와 뇌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토론이 벌어졌다.
우선 미국 IBM 연구소에서 퀴즈 인공지능 왓슨 개발에도 참여했던 감동근 교수는 영국의 천재 수학자인 앨런 튜링이 제안한 ‘튜링 테스트’를 언급하며 AI가 인간을 능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튜링 테스트는 인간과 대화하는 상대방이 사람인지, AI인지를 구별할 수 없다면 진정한 AI라고 인정한다. 그는 “예전에 인기를 끌었던 채팅 로봇 심심이 등은 대화하면 누구든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알 정도로 티가 났다”며 “알파고는 당대 최고 고수들이 봐도 사람인지, AI인지 구분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다른 분야로도 확대 적용한다면 어느 분야에서든 사람을 능가하는 지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반면 임창환 교수와 정재승 카이스트 바이오·뇌공학과 교수는 AI가 ‘창의성’ 같은 인간 고유의 영역에는 접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이세돌에 앞서 무조건 30초 안에 두는 규칙으로 진행된 판후이와의 경기에서는 알파고가 2패를 한 적이 있다”며 “이는 충분히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직관에 따라 게임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AI가 아직 인간을 따라오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도 “아직 뇌가 어떻게 창의성을 갖는지,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 등에 대한 생물학적 기저를 설명하지 못하는데 컴퓨터가 이를 이해할 수준으로 개발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에 집중해 전뇌적 사고하며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서는 강연과 연극이 결합된 렉처드라마 ‘뇌(brain) 안에 너(you) 있다’ 등의 공연도 열렸다. 재단법인 카오스의 김남식 사무국장은 “카오스재단은 흥미로운 주제의 강연, 강연극, 퍼포먼스 등으로 누구나 흥미롭게 과학을 접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있다” 며 ‘과학 대중화’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