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진(21·요진건설)은 28일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총상금 8억원)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눈물을 쏟아냈다. 생일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는 감격과 함께 아버지 생각이 겹쳐 울컥 감정이 북받쳤다. 비가 내린 이날 김예진은 선두를 달리던 7번홀(파4)에서 위기를 맞았다. 이 홀에서 파 퍼트를 할 때 캐디를 맡은 김예진의 아버지가 계속 우산을 받쳐준 바람에 2벌타를 받은 것. 골프규칙 14-2는 ‘물리적인 원조나 자연현상의 비바람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상태에서 스트로크 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우산을 쓴 채로 샷을 하는 경우에는 벌타가 없다.
최진하 KLPGA 투어 경기위원장은 김예진이 9번홀을 마친 뒤 7번홀 룰 위반 사실을 알렸다. 7번홀 스코어가 파에서 더블보기로 바뀌면서 당시 2위였던 김해림(27·롯데)과의 거리는 4타에서 졸지에 2타 차로 좁혀졌다. 하지만 김예진은 심리적인 부담을 이겨내고 정상 고지를 밟았다. 김예진의 아버지는 지난해부터 종종 딸의 골프백을 멨을 뿐 전문 캐디는 아니다.
김예진은 이날 강원 정선의 하이원CC(파72·6,634야드)에서 열린 대회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3개, 그리고 2벌타에 따른 더블보기를 보태 2오버파 74타(최종합계 5언더파 283타)를 쳤으나 우승으로 생일을 자축할 수 있었다. 비가 오고 기온이 떨어진 날씨 속에 다른 선수들의 스코어도 좋지 않았다. 9번과 10번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김해림에 한때 1타 차까지 쫓겼지만 11번홀(파5) 버디로 달아난 이후 더 이상 추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2011년 아마추어 국가대표 상비군을 지낸 김예진은 지난해 KLPGA 투어에 데뷔해 한 차례 준우승을 하며 신인왕 포인트 2위에 올랐다. 이번 시즌 톱10에 한 번 이름을 올렸을 뿐 다소 부진했던 그는 데뷔 51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상금 1억6,000만원을 받았다. 김예진은 “아빠가 벌타 때문에 미안해하셨는데 우승을 차지해 매우 기쁘다”면서 “또 우승으로 시드권 걱정을 씻었다”고 말했다.
마지막 4개 홀에서 3타를 줄인 김보경(30·요진건설)이 3위(2언더파)로 뛰어 올랐다. 이날 4타를 줄인 김혜윤(27·비씨카드)이 김민선, 이승현, 안송이 등과 함께 공동 4위(1언더파)로 뒤를 이었다. 시즌 3승에 도전한 상금랭킹 2위 고진영(21·넵스)은 김예진과 공동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지만 1번홀부터 쿼드러플보기(+4)를 적어내는 등 10타를 잃고 공동 16위(3오버파)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