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과 공제회·보험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자산운용사와 함께 해외 부동산 메자닌(중순위 대출채권)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메자닌투자는 호텔과 오피스 등을 담보로 발행한 대출채권 중 중순위에 해당하는 대출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메자닌 투자는 지분 투자에 비해 만기 때 투자금 회수가 쉬워 최근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선 국내 기관들이 선호한다. 선순위 대출채권에 비해 수익률도 높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도이치자산운용은 최근 국내 보험사 5곳과 미국 보스톤에 위치한 제약회사 버텍스(Vertex) 본사 사옥에 투자하는 중순위 대출채권 펀드를 2,200억원 규모로 조성해 투자했다. 버텍스 본사는 버텍스가 10년 이상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있고 실질임대율이 100%로 연간 기대수익률은 5.0% 내외다.
도이치의 사례와 같이 최근 해외 부동산에 메자닌 형태 투자가 늘고 있다. 특히 부동산 대출 금리가 높은 미국 부동산에 메자닌 형태로 투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앞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과 현대인베스트먼트자산운용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초대형 오피스 ‘10허드슨야드’에 투자하는 4,000억원 규모의 중순위 대출채권 펀드를 조성했고 메리츠부동산자산운용은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위치한 ‘LA가스컴퍼니 타워’에 약 1,500억원 규모의 메자닌 투자를 집행했다. NH농협생명 등 국내 보험사 6곳도 미국 워싱턴DC의 ‘애틀랜틱 빌딩’에 약 2,400억원을 메자닌으로 투자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미국은 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 금리가 높은 편이라 메자닌 투자를 통해서도 4~5%대의 수익률을 올릴 수 있으며 지분 투자에 비해 세금 부담이 낮은 점도 메자닌 투자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메자닌 투자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내 기관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은 지분 투자에 비해 의사결정 과정이 빠른 메자닌 투자가 효율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 부동산 펀드(공·사모) 설정액은 16조2,320억원(7월29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조4,441억원과 비교해 71.8% 증가했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도시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른 점도 국내 기관들이 메자닌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매각 시 가치 하락으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지분 투자보다는 메자닌이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운용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기관들의 해외 메자닌 투자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부 국가와 도시에 편중된 투자 패턴은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기관뿐 아니라 글로벌 IB들이 미국 시장에 경쟁적으로 참여하면서 1년 전에 비해 금리 수준이 1%포인트가량 떨어졌다”며 “수익 다각화라는 본래 취지를 고려해 메자닌 투자 역시 투자 대상 국가를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종호·고병기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