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엿치기

- 이외현

순례와 엿치기를 한다.

밀가루 묻은 손에서 단내가 솔솔 풍긴다.


가래엿 동강 부러뜨리고 구멍을 후후 분다.

구멍 속으로 종수 오빠 자전거 뒤에 올라타

허리 끌어안고 얼굴 기댄 여자애가 지나간다.

입안 가득한 꿀이 목울대를 넘는다.

감칠맛이 도는 혀를 빙빙 돌리며

달달한 입술 끝까지 빤다.

엿가락 맞대고 구멍을 센다.


구멍 속으로 순례를 태운 종수 오빠 자전거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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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입김 불어넣으며 가래엿 동강 부러뜨릴 때 구멍의 크기나, 개수가 마음대로 된 적 있던가? 종수 오빠 뒷좌석 여자애들은 자꾸 바뀌건만 야속한 내 차례는 오지 않는구나? 목울대를 꿀꺽 넘은 게 꿀이었을까, 소태였을까? 세월 지나 부러운 뒷좌석에 올라탄 여자애는 아직도 화사한 꽃길 달리고 있을까? 당신 또한 누군가의 시샘 속에 보란 듯 질주해오지 않았을까? 달디 단 가래엿은 다 녹아 사라졌지만, 쌉쌀한 풋사랑의 추억은 곱씹을수록 달구나.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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