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긴장하는 뉴욕…이슬람 희생제와 9·11테러 추념일 겹치나

이슬람권 뒤숭숭…일부 모스크 야외예배 취소할듯

이슬람권의 최대 명절인 희생제와 미국 9·11테러 15주년 추념일이 올해 겹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국 뉴욕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슬람의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는 ‘이드 알 피트르’와 더불어 이슬람권의 양대 축제일이고, 매년 돌아오는 9월 11일은 지금도 ‘그라운드 제로’에서 숨진 3,000여 명의 희생자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되는 추념일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두 일정이 겹치는 것이 무슬림 겨냥 범죄에 대한 우려, 경찰의 경계강화 요구 등 실질적 대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희생제가 정확히 다음 달 11일지는 달의 움직임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날은 이슬람력(히즈라력)으로 12월 10일에 해당하는데, 올해는 새 달이 뜨면서 시작되는 이슬람력의 12월(두 알-히자)이 9월 1일 또는 2일에 시작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세계 각지의 무슬림들은 이때 일주일 정도의 연휴에 들어간다.


뉴욕시가 2015년부터 공립학교 휴교일로 지정할 정도로 뉴욕의 무슬림에게도 큰 명절이지만 올해는 걱정하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뉴욕 롱아일랜드 이슬람센터의 하비브 아흐메드는 “무슬림을 봐라, 9·11에 축제를 하고 있지 않으냐”는 말이 나오며 오해가 빚어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 등이 자행하는 대형 테러들과 미국 대선전으로 고조된 반(反)이민 정서까지 고려한다면 그야말로 ‘D데이’가 될 수 있는 형국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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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에 따르면 벌써 수차례의 대책회의를 한 뉴욕 이슬람권 지도자들을 불상사 없이 올해 명절을 넘기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무슬림을 타깃으로 한 ‘증오 범죄’다. 지난 13일 퀸스의 한 모스크에서 방글라데시 출신 이맘이 총격 살해되는 사건까지 발생해 분위기가 더 뒤숭숭하다. 뉴욕의 ‘아랍·아메리칸연합’의 린다 사르수어 사무국장은 “현재 무슬림들은 ‘우리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몇몇 무슬림 공동체 지도자들은 주요 모스크(이슬람 사원) 등 주요 시설에 대한 경계강화를 아예 뉴욕 시에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부 모스크들은 안전을 위해 매년 이드 알-아드하 때마다 가졌던 야외예배를 사원 내 예배로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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