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가 EU 27개국에 미국과의 TTIP 협상 중단을 공식 요청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마티아스 페클 프랑스 무역장관은 이날 현지 RMC라디오에서 “프랑스에서 협정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며 “지금 진행 중인 협상을 분명하고 확실하게 중단하고 건전한 기초 위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전혀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다음 달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리는 EU 무역장관 회의에서 협상 중단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한 연설에서 TTIP가 오바마 대통령 퇴임 전까지 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고 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입장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며 “분명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며 미국에 대한 불만을 내비쳤다.
협상에 대한 비관론은 독일에서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전날 지그마어 가브리알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은 “우리가 미국에 완전히 굴복하지 않는 상태에서 TTIP 협상을 연내 타결한다는 것은 완전한 허구”라며 협상이 사실상 실패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EU집행위원회와 미국은 협상 실패론을 적극 부인하며 내년 1월까지 합의 도출 의지를 거듭 확인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 기류가 확산되는 가운데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희박한 실정이다.
미국과 EU는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지대 형성을 목표로 지난 2013년 7월부터 14차례에 걸쳐 협상을 벌여 왔다.
한편 TTIP와 함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심적인 경제 ‘레거시(legacy·유산)’로 주목받아 온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연내 의회 비준에도 브레이크가 걸린 상태다. 민주·공화 양당 대선 후보가 모두 TPP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켄터키)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이 올해 TPP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최근 밝혔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외교정책 자문을 맡았던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매튜 굿맨 아시아 경제담당 고문은 “TPP 비준 실패는 오바마 레거시와 재균형 전략에 심각한 차질을 의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