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김정은 정권 집권 이후 처음으로 국내 입국 탈북자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있다. 북한의 불안정성을 입증하는 고위층의 탈북과 남성의 탈북이 증가하는 등 탈북 내용도 변화하고 있다. 식량난도 김정은 집권 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 장마당 경제를 제외하고 북한의 경제위기는 지속되고 있으며 대북 제재로 인한 외화난도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외형과 달리 김정은 정권은 내적으로 불안하다는 이야기다.
김정은 정권은 핵 개발을 돌파구로 삼고 있다. 올 5월 7차 당 대회에서 김정은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규정하고 핵 경제 병진 노선을 항구적 노선이라고 천명했다.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의미다. 김정은 정권의 핵 전략은 핵 보유가 우선적 목표이며 핵보유국으로 협상에 나서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집권 5년에 불과한 김정은 정권은 2차례의 핵실험과 3차례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했다. 김정은 정권이 전체 북핵 개발 과정의 절반을 소화한 것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김정은 집권 후 북핵 협상의 진전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북한이 국제정치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할 가능성은 희박하나 인도와 파키스탄, 그리고 이스라엘 같은 핵 능력 국가에 근접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가 깊다.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6자회담은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때문에 6자회담을 주도해온 미국과 중국은 북핵 위기 악화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해와 바람이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시합을 다룬 이솝우화는 특정한 상황이 되면 나그네가 옷을 벗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결국 나그네는 바람이 아닌 햇볕이라는 상황에서 스스로 옷을 벗는다. 이 이솝우화를 북핵 문제에 대입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나그네에 해당하는 북한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옷을 벗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햇볕에 해당하는 대북 포용 정책과 바람에 해당하는 대북 압박 정책에도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다.
포용과 압박 정책의 한계에 대해 성찰적 반성이 필요하며 나그네가 옷을 벗을 생각이 없다면 강제로 벗기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해답은 관여 정책(engagement policy) 확대에서 찾아야 한다. 관여 정책은 한국 주도의 북한 비핵화 통일 정책이며 북한 정권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고 압박하는 동시에 이를 강제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북한 내 상황에 대한 관여의 확대로 북핵 위협의 직접적 당사자인 한국이 주도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선도해야 한다.
점점 가시화하는 북한의 핵 위협을 바라만 볼 것이 아니라 전방위적인 관여의 확대로 김정은 정권이 핵을 포기하도록 강제해야 하며 이를 거부할 경우 북한 주민 스스로 비핵화를 선택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해야 한다. 북한 주민이 북한 체제의 실상과 외부세계의 진실을 알 수 있도록 정보자유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탈북자에 대한 정책을 조용한 외교에서 탈북자의 전수 구호 및 지원으로 전환하는 것도 필요하다. 북한인권법 발효를 계기로 북한 내 인권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표하고 인권침해 행위에 관여된 인사들의 실명을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할 것이다.
헌법상 잠재적 대한민국 국민인 북한 주민의 인도적 위기에 대해서는 무한 책임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분배 투명성을 전제로 적어도 식량과 의약품에 대해서는 무제한적 대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독일 통일의 비밀은 동독 주민의 서독에 대한 신뢰였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아울러 북한 내 민주화와 친통일 여건 조성을 위한 중장기적 노력도 경주돼야 한다. 최근 중동 사태는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요소가 발현되지 않을 경우 독재정권이 붕괴해도 또 다른 독재정권이 등장한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방위적 관여의 확대로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