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마이너스 터널' 빠져나온 수출

지난달 2.6%↑ 20개월만에 반등

반도체 등 주력품목 수출액 늘어

中 등 주요시장 감소세는 여전

美금리인상·파업·구조조정 등

변수 많아 "추세 전환 낙관 못해"



매달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사상 최장기간 마이너스’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우리나라 수출이 20개월 만에 반등했다. 수출액은 400억달러를 넘어섰고 수입도 23개월 만에 증가했다. 선박·석유화학·컴퓨터 등 13대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8개 품목의 물량과 단가가 회복됐고 중국·미국 등의 수출 감소율이 줄어드는 등 수출의 질도 점차 나아지는 모습이다. 그렇다고 추세 전환으로 낙관하기도 힘들다. 미국 금리 인상과 현대자동차 파업, 한진해운 법정관리 등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국내외 변수가 여전히 많은 탓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8월 수출액이 401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19개월 연속 이어지던 수출감소 행진은 막을 내렸다. 수입액은 348억달러로 23개월 만에 증가(전년 동기 대비)했다. 수출과 수입이 나란히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는 55개월 연속 53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8월의 수출 반등은 여러 호재가 겹친 덕을 봤다. 수출 물량은 3.3% 줄어 7월(-1.6%)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하지만 수출 단가(6.1%)가 2014년 6월 이후 22개월 만에 뛰면서 전체 수출액을 끌어올렸다. 조업일수가 전년보다 2일 많은 것도 덕을 봤다. 일일 수출액(17억~18억달러)을 감안할 때 대략 35억~40억달러의 증가 효과가 있는 셈이다.

관련기사



주목할 대목은 우리 수출에서 80%를 차지하는 13대 주력품목의 수출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7월에는 13대 수출품목 가운데 컴퓨터를 제외한 12개 품목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이달 13대 품목 가운데 8개의 수출액이 뛴 것이다. 특히 전체 수출에서 단일 품목 중 가장 큰 비중(12%)을 차지하는 반도체(2.5%) 수출이 갤럭시 노트7 출시로 수요가 늘어나며 11개월 만에 증가했다. 비중이 6%인 철강도 5.4% 뛰었고 지연됐던 선박 인도가 이뤄지며 선박(89.9%) 수출액도 크게 늘었다. 석유화학(4.1%), 자동차부품(3.2%), 섬유(2.3%), 일반기계(1.5%), 컴퓨터(23.4%) 실적도 개선됐다. 유망 수출 품목인 화장품 수출은 79.9% 늘었고 의약품(46.3%), 반도체 저장장치(SSD·37.3%),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활유아용품(14.7%)도 수출액이 증가했다. 현대차의 파업(6만5,700대·9억2,000만달러)으로 자동차 수출(-14.8%)이 크게 줄었다. 만약 파업이 없었다면 지난달 수출 증가 폭은 5% 수준까지 늘었을 것이라는 게 산업부의 설명이다.

0216A04 8월 주요지역 수출 증감률0216A04 8월 주요지역 수출 증감률


수출의 증가세를 앞으로도 낙관할 수 있을까. 산업부는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추세전환이라고 단언하기에는 아직 국내외 변수가 많다는 게 이유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5.3%)과 미국(-4.8%) 수출액이 아직도 마이너스 증가율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여기에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경제가 일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유럽 경기가 식으면 대유럽연합(EU) 최대 수출국인 중국 경제도 동반 부진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경우 전체 수출의 25%를 중국에 기대고 있는 우리 수출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또 연내 유가가 50달러 위로 반등하지 못하거나 하락한다면 전체 수출에서 18%를 차지하는 석유·유화제품의 수출 회복도 어렵다. 이어지는 현대차의 파업은 물론 단기적으로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도 악재다.

정승일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세계 교역 침체로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이 플러스로 전환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면서 “회복세를 이어나가기 위해 무역금융과 해외 마케팅 등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고 전했다. 산업부는 추경예산 3,600억원을 활용해 신흥시장·해외 프로젝트 등에 대한 무역보험을 6조5,000억원 지원하는 등 무역금융·해외마케팅 등의 지원으로 수출 증가 추세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