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박태준 금융부장 june@sedaily.com
“지금 같은 금융환경에서의 확실한 생존전략은 차별화입니다. 규모의 경제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지난 2일 서울 공평동 SC제일은행 본점에서 만난 박종복(61·사진) SC제일은행장은 순이자마진(NIM)이 줄고 영업환경이 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각 은행만의 차별화된 전략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실제 박 행장은 2015년 행장에 취임한 후 SC제일은행만의 차별화된 강점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2014년 국내 은행 최초로 선보인 태블릿브랜치는 물론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등에 입점한 소형점포인 ‘뱅크샵’ 및 ‘뱅크데스크’ 등을 활용해 경쟁은행 대비 부족한 영업망을 메워나가겠다는 것이다. 특히 삼성카드나 NHN엔터테인먼트 등 이종업체와의 제휴를 강화하는 일종의 ‘아웃소싱’ 방식으로 SC제일은행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법도 시도하고 있다. 관련 비용은 줄이고 이들 업체와의 시너지는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한다.
박 행장은 특히 SC제일은행이 여타 대형은행과 달리 지주사 소속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약점 아닌 강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여타 금융사와 달리 은행·증권·보험·카드사가 한 지주 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수익률만을 기준으로 고객에게 상품을 팔 수 있다”며 “무엇보다 국내에 있는 상품이 아닌 외국 상품까지 소개해줄 수 있어 고객에게는 여러모로 이익”이라고 밝혔다. 박 행장은 무엇보다 SC제일은행의 규모가 작은 만큼 그만큼의 다양한 혁신과 변신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 행장은 은행 간 경쟁이 본격 촉발된 핀테크와 관련해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 고객지향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핀테크 전략의 중심에 고객이 항상 자리한다면 급변하는 시장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 행장은 “기존의 인터넷뱅킹과 요즘 모바일뱅킹이라는 것이 결국 고객 편리성을 높인다는 측면으로 본다면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며 “복잡하게 이것저것 서비스를 붙이는 것보다 결국 고객이 어떤 형태로든 편하게 서비스를 받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 문제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얼마나 다양한 선택권을 주고 매력적인 상품을 제공하느냐가 문제지 서비스 시스템이나 브랜드를 새로 만드는 것 등은 포장에 불과하다”며 “고객 입장에서 보면 결국 다 비슷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수단과 방법을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 행장은 특히 SC제일은행 본사가 글로벌 핀테크 시장의 중심이라 할 영국에 있어 관련 노하우가 더욱 풍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박 행장은 “미국이나 영국 같은 금융허브에서는 시장 변화에 대한 대응이 매우 빠르며 점포축소나 모바일 강화 부문 또한 여타 국가 대비 굉장히 앞서가고 있다”며 “SC제일은행이 투자한 국내 중소기업이 얼마 전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핀테크 한영포럼에서 수출계약을 따내는 등 SC제일은행 자체의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2014년 내놓은 태블릿브랜치가 SC제일은행의 주요 채널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행장은 “이전에도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을 활용한 셀프뱅킹 서비스는 있었지만 태블릿PC를 들고 고객을 찾아 나선 것은 SC제일은행이 국내 최초”라며 “예금통장 신규는 5분, 카드 발급은 10분, 신용대출은 20분 만에 종이 한 장 쓰지 않고 서비스 마무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일어난 거래만도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16만건에 달하며 여타 경쟁은행 또한 유사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는 등 시장을 선도하는 모습이다.
SC제일은행은 앞으로 자산관리 시장에 집중해 성과를 낼 방침이다. 박 행장은 “자산관리가 10년 전만 해도 상위 1% 부자고객만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 100세시대에 돌입했기 때문에 자산관리에 대한 정의와 범위가 달라져야 힌다”며 “베이비붐 세대의 불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제는 모든 샐러리맨의 노후에 관련된 문제”라고 밝혔다.
박 행장은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를 위해 기존 점포와 같은 대면채널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그는 “SC제일은행은 중산층 대상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위해 일반적 서비스는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하고 보다 세밀한 상담은 점포에서 PB들과의 접촉을 통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며 “소형점포와 중규모 PB허브센터, 대규모 자산관리센터로 점포를 세분화해 고객을 끌어모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채널 효율화 전략을 펼치고 있기는 하나 당분간 점포축소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SC제일은행은 올 상반기 기준으로 출장소를 포함해 총 249개의 점포를 갖고 있다. 2014년 말 점포 수가 283개였던 것을 감안하면 1년6개월 동안 점포 34개를 줄인 셈이다. 박 행장은 “경쟁은행들의 점포가 1,000개 내외이기 때문에 최소한 몇 년간은 지금의 지점 수를 유지할 예정”이라며 “다만 디지털 부문을 확대하면서 점포전략을 바꾸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어 5년 뒤에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10년 후 SC제일은행이 경쟁은행 대비 훨씬 강한 은행이 돼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대형은행들이 지점 및 인력 감축 등을 통한 몸집 줄이기에 나선 상황에서 SC제일은행은 이미 조직을 충분히 가볍게 해놓았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실제 SC제일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특별퇴직을 단행해 올 상반기 1,280억원의 당기순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박 행장은 “제일은행은 리테일에 집중하면서도 본사의 도움을 받아 글로벌 서비스를 도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은행 대비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며 “향후 몇 년을 얼마나 잘 준비하느냐에 따라 은행 간 승부가 판가름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그는 연초마다 불거지는 외국계 은행의 배당 문제에 대해서는 시각을 달리 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나 수수료를 통한 수익창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국내 은행산업의 여건을 고려했을 때 해외 자본의 투자는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외국계 은행이 고용창출이 많은 리테일뱅킹을 고수하는 점은 새롭게 조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행장 “SC은행이 한국에 4조원가량을 투자했는데 배당금을 본국에 송금할 때마다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며 “SC은행이 한국에 투자한 부분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