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별이 된 딸의 꿈" 가난한 섬나라에 유치원 세운 아빠

사고로 딸 여읜 고계석 현대重 과장

선교사로 봉사하려던 딸 대신

바누아투에 '혜륜유치원' 개원

 

지난 2013년 광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고계석 현대중공업 과장 부부와 아들, 고(故) 혜륜(오른쪽)양. /사진제공=현대중공업지난 2013년 광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고계석 현대중공업 과장 부부와 아들, 고(故) 혜륜(오른쪽)양. /사진제공=현대중공업


“별이 된 혜륜이의 꿈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미소를 가진 아이들의 희망과 함께 찬란하게 빛나기를 소망합니다.”

지난 2014년 겨울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로 잃은 딸의 못다 핀 꿈을 대신 이뤄주기 위해 남태평양 섬나라에 유치원을 설립한 부모의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고계석(51) 현대중공업 조선품질경영2부 과장은 7월 중순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에 둘째 딸의 이름을 딴 ‘혜륜유치원’을 개원했다.

혜륜양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했지만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강당 지붕이 붕괴되며 많은 사상자를 낸 마우나리조트 참사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 속에 고 과장은 ‘사는 것이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한동안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선교사가 돼 평생을 봉사하면서 살고자 한 딸의 꿈을 대신 이뤄줄 수 있는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고민 끝에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학교를 짓는 일이 못다 핀 딸의 꿈을 대신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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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짓는 데 든 4억여원은 유족보상금으로 받은 6억여원에서 나왔다. 그 결과 총 5개의 교실에 1개의 사무실을 갖춘, 국민소득이 3,000달러에 불과한 바누아투에서 보기 드문 규모의 2층짜리 국립 유치원이 탄생했다.

교육시설이 열악한 바누아투에 자리한 혜륜유치원은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 한 번에 20여명씩 총 50여명의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다. 유치원을 제외한 나머지 교실들은 조만간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로 탄생할 예정이다.

고 과장은 유치원과 학교 건립을 위한 금전적 지원을 했을 뿐 아니라 혜륜유치원 마무리 공사에도 직접 참여하고 비품을 일일이 챙겨 넣는 등 바누아투를 여러 번 오가며 유치원 개원에 심혈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 과장은 유족보상금의 나머지 2억원은 딸이 입학할 예정이던 부산외국어대에 소망장학회를 설립해 어려운 여건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학생들을 돕는 데 썼다.

딸을 가슴에 묻은 고 과장이 슬픔을 억누르며 조용히 실천해온 이 같은 선행은 현대중공업 직장 동료들에 의해 5일 뒤늦게 알려졌다.

고 과장은 “아직도 떠난 딸의 이름을 입에 올리기 전에는 눈가에 눈물이 먼저 스친다”면서 “그럴 때마다 바누아투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떠올려본다”고 말했다. /울산=장지승기자 jjs@sedaily.com

장지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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