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탕글탕 홀아비 손으로 키워낸 외동딸이
배가 불러 돌아온 거나 한가지다
동네 각다귀 놈과 배가 맞아
야반도주한 뒤 한 이태 소식 끊긴 여식
더러는 부산에서 더러는 서울 어디 식당에서
일하는 걸 보았다는 소문만 듣고 속이 터져
어찌어찌 물어 찾아갔건만
코빼기도 볼 수 없던 딸년 생각에
막소주 나발이나 불던 즈음일 것이다
호박잎 그늘 자박자박 디디며
어린것을 포대기에 업고
그 뒤에 사위란 놈은
백화수복 들고 느물느물 들어오는 것 같은 것이다
흐느끼며 큰절이나 올리는 것이다
마음은 그 홀아비 살림살이만 같아
방바닥에 소주병만 구르고 퀴퀴하구나
만월이여
그 딸내미같이 세간을
한번 쓰윽 닦아다오
부엌에서 눈물 찍으며 조기를 굽고
저녁상을 볼 그 딸내미같이
동구 앞부터 떠들썩한 금의환향 말고, 너무나 낯익어서 오히려 낯선 고샅길 그늘 골라 딛는 조용한 귀향도 있을 것이다. 집 나간 자식 섣부른 꿈 객지에 쏟더라도 몸 하나 건사하여 오길 바라던 부모들 자꾸만 사립문 기척에 귀가 길어질 것이다. 귀향을 미루고 올려다보는 객지의 하늘엔 티 없는 만월이라도 제 눈시울에 달무리 지는 그런 사연도 있을 것이다. 용기 내어 돌아온 저 집 딸내미는 눈물 찍느라 조기 태우는 것인가, 조기 타는 내에 눈물 흘리는 것인가? <시인 반칠환>